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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16:40 수정 : 2005.06.23 16:40

얼마 전 자사의 신간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린’ 한 출판사 책임자는 베스트에 오르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기가 좋던 몇 년 전에는 1주일에 1천부 정도 팔리면 대형서점의 종합 1위에 올랐으나 지금은 두 배 가까이 팔려야 겨우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자사 책을 베스트에 올리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인터넷서점의 마진을 대폭 늘려주거나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라도 초기 화면에 되도록 장기간 노출시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새로 등장한 블로그 마케팅도 벌여야 하고 효과가 줄어든 광고의 양도 늘려야 한다. 마일리지, 경품, 할인쿠폰을 최대한으로 늘려 독자가 책을 공짜로 사는 기분이 들도록 해야 한다. 자사의 베스트셀러를 한 권 더 얹어주는 ‘1+1전략’은 그래서 효과 만점이다. 아마 지금은 한 권에 그치지만 그것은 곧 두세 권, 나아가 열권으로 늘어나는 일마저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수도권의 인구집중도가 워낙 높은 데다가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문화상품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져 팔리는 책에는 관심이 집중되어 대거 팔려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책은 곧바로 잊혀진다. 세대간의 갈등도 커서 윗세대의 문화를 20대 이하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스테디셀러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문학시장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작이 꾸준히 팔리는 작가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오프라인 서점의 급격한 폐업과 도산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책의 ‘저장소’가 사라지면서 화제의 신간이나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독자에게 노출될 기회마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간은 불과 2~3일 만에 반품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속회전’ 구조에서는 무엇보다 자본이 유일한 경쟁력이다. 출판사들은 책을 빨리 회전시키는 프로펠러라도 달아야만 겨우 버틸 수 있는데 그런 능력이 있는 출판사의 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출판사들이 안면무시하고 이런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죽을 지경인 것은 문인들이다. 수입원이 떨어진 문인들은 고사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힘내라! 한국문학’이다. 작가들에게 직접 생활비를 대주거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경우 2천부씩 구매해 도서관에 보내주고 있다. 물론 이런 대책은 출판사들이 문학서적의 출간을 늘리게 해서 궁극적으로 작가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곧 도핑 테스트에 걸릴 근육강화주사를 일시적으로 놔주는 것에 불과하다. 과거 ‘주례사 비평’ 파동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런 정책은 문학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서둘러 문학감성자들이 문인과 문학서적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늘리는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고속순환구조를 저속순환구조로 하루빨리 되돌리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독자가 원천적으로 가격이 싼 양질의 책을, 그것도 다양한 가운데 맘껏 골라볼 볼 수 있게 해야만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완전 도서정가제의 회복이다. 이를 통해 가능성을 읽은 사람들이 서점의 매장을 늘려야만 한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기초문화 생활공간으로 서점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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