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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17:08 수정 : 2005.06.23 17:08

유기준/ 국회의원(한나라당)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

작년에 초선으로 정치를 시작한 후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일 중 하나는 정치인들 사이에 대화가 제대로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소위 4대 개혁법안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립은 국민들에게 걱정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몸싸움과 밤샘대치에 이어서 해를 넘기고, 올해 1월1일 새벽에야 전격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여야가 합의한 ‘-까지 처리 한다’라는 문구를 둘러싸고 여당은 ‘-까지 국회에서 통과 시키겠다’는 의미로, 야당은 ‘-까지 국회에서 다룰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양자 사이에는 결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마치 화성남자, 금성여자와 같이.

그 이유는 정치인들 사이에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신뢰부족과 그 해결방안에 관한 영원한 숙제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으로서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95년에 쓴 <트러스트>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미국의 미래학자, 사회학자로서 그동안 여러 저서를 통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인류의 오랜 기간 동안의 시험을 거쳐 종국적인 해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을 역사적, 사회적으로 분석, 증명한 바 있다.

한국이 저신뢰 사회라고?
유감스럽지만 제대로 봤다
가족은 해체되고
교육은 무정부 상태다
모든 차별 없어지고
자유복지국가에 다가가는
믿음 찾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는 저서에서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상호신뢰가 높이 형성되어 있는 나라를 고신뢰 국가, 그렇지 않은 나라를 저신뢰 국가로 분류한 후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전자로, 한국,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후자로 지적한 바 있다.

그가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하겠지만, 명확한 지적에 대하여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신뢰의 결핍으로 인한 많은 부작용을 빚어내고 있다. 파업시 노조원과 고용주와의 극한대립으로 인한 막대한 생산차질, 학교와 학생간, 학부모와의 상호불신으로 인한 교육의 무정부상태 연속, 가족구성원 사이의 신뢰부족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등이 그것이다.

반면,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 회복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한다.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가 되는 경우에는 학력, 출신지역으로 인한 차별이 없어질 것이고, 21세기 우리가 추진하여야 할 자유복지국가의 실현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비록 10년 전에 출간된 책이기는 하지만 한국사회가 깊이 생각해야만 할 문제점들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가족주의적 사회가 기초를 이루는 저신뢰사회에 대한 대책, 친족관계에 바탕을 두지 않고 공동체적 연대에 의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고신뢰사회의 특장에 대한 검토, 그리고 고신뢰사회로서의 미국의 장래에 관한 전망 등에 관하여 탁월한 미래학자로 정확하게 예시하고 있다.

끝으로 한국사회가 저신뢰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적극적 개입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 것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저자의 견해를 언급하고자 한다.

한국은 협소한 가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다른 사회적 친화의 가교를 통하여 가족주의의 경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혈통, 지역주의, 대학동창회, 군대, 다수의 연구 및 취미클럽이다. 부작용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적 현실에서는 긍정하여야 할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야마의 이러한 말은 우리 사회에 그대로 유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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