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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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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생물종이
자연에 ‘저축’돼 있다
인간은 그저 ‘대출’하며 살 뿐
생물다양성 보존 필요성 역설 사실 지구 생물종의 수는 다 헤아릴 수도 없다. 과학자들은 그 수를 때로는 1000만~2000만종, 때로는 수백만종으로 ‘추산’할 뿐이다. “우리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이 작은 바윗덩어리를 공유하는 다른 종들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도 적다”고 지적하는 지은이들은 “(이런 무지는) 바로 인류가 진짜 지구의 지배자가 아님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제3장 ‘기본적 생존법’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고실험은 이런 ‘지구의 동반자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책은 ‘당신이 달에 식민지를 건설하러 떠나는 우주선의 선장이라면 무엇을 싣고 가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물음에 답하여 식용 곡물과 가축, 물고기 등을 나열하다 보면, 어느 새 가축 먹이용 작물, 나비·벌 등 꽃가루받이동물, 토양 미생물들, 해충을 물리칠 천적동물 등 “자연 인터넷”의 연결 사이트는 끊임없이 확장해 목록 길이는 한정 없이 늘어난다. 결론은 아마도 ‘우리는 모두 필요해요’가 되지 않을까. 10장 ‘야생 세계에서 얻는 청사진과 영감’, 11장 ‘자연 의약품’은 생물종들이 인간의 생활과 과학지식에 제공하는 여러 쓸모있는 자원들에 관한 이야기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조개껍질 구조는 새로운 세라믹 재료에 아이디어를 주고, 같은 굵기의 철사보다 수백배 강한 실을 뽑아내는 거미는 첨단섬유 연구에 기여하는 중요한 ‘공동연구자’다. 절지동물과 지렁이의 몸 구조는 로봇공학에 응용되며 수십㎞ 밖에서도 연기를 감지하는 비단벌레는 화재감지장치 연구에 도움을 준다. 또 항생·항암물질 등 새로운 천연물질의 “보물창고”가 된 미생물과 식물·곤충들은 이미 생명과학계에 “자연 의약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 모든 과학지식을 자연은 알고 있다. 자연을 “은행”에 비유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저축과 대출”(13장)로 설명하는 지은이들은 “모든 유전자와 생물개체들, 생물종들, 그리고 바다와 땅과 대기에 사는 모든 자연생물군들이 자연에 저축되어 있다” “생물종이 멸종하면, 자금을 보충해주는 것이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그들이 제공하던 서비스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생물다양성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다양성 예찬은 자연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새롭게 할 만하다. ‘자연이 아름답고 값진 것은, 그 속에 너무도 다른 존재들이 서로 어울려 있기 때문’이라고.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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