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3 19:25
수정 : 2005.06.2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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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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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탄공세. 황지우 시인은 그렇게 표현했다.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문학 순회낭독회를 이르는 말이었다. 육탄공세라니. 한국문학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벽을 향해 거의 맨몸으로 돌진해야 하는 작가들의 처지를 시인은 그렇게 요약한 것이다. 시인은 지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의 총감독으로서 순회낭독회를 비롯한 관련행사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3월에 첫 행사가 치러진 이래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고 있는 순회낭독회의 6월행사가 20-23일 뮌헨, 슈투트가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남부의 일곱 도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됐다. 여성작가 아홉 명이 두 명(빈의 경우에는 세 명)씩 짝을 지어 모두 8개의 행사를 소화하는 강행군이었다. 육체적 부담보다 작가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한국문학의 왜소한 위상이었다. 독일의 진지하고 열성적인 문학독자들 사이에서도 한국문학은 미지의 섬과 같은 대상이었다.
번역과 출판은 양적으로도 빈약하고 질적으로도 열악한 것으로 헤아려진다. 먼저 제대로 된 번역 출간이 이뤄진 뒤 작가의 낭독회가 이어지는 게 정상인데, 우리의 경우는 말하자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었다. 그러니 이건 흡사 총알도 없이 전투에 나서는 병사 형국이 아닌가. 육탄공세라는 말이 괜한 말놀음이 아닌 셈이다.
낭독회는 먼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한국어로 읽고 독일 낭송자가 같은 작품의 독일어 번역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2일 뮌헨 낭독회에서는 오정희씨가 장편 <새>의 일부를 읽었는데 독일인 낭독자는 오씨의 다른 단편 <유년의 뜰>을 읽었다. 실수이며 착오였다. 행사 주체인 주빈국 조직위의 일 처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반증이었다.
빈의 행사에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가 참가해 분위기를 띄운 반면, 독일 행사는 대사관 쪽의 철저한 무관심과 불참 속에 치러져 대조를 보였다. 조직위와 대사관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다는 말이 들린다. 문화관광부는 ‘독일 순회 낭독회’에 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포함되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고도 한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역시 엄연한 독일어문학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장소에 다라 청중의 수는 들쭉날쭉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의 ‘선방’이었다고 평가할 만했다. 모국어와 모국문화에 목마른 동포들의 뜨거운 반응도 느꺼웠지만, 뜻밖이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낭독을 듣고 질문을 던지는 독일 청중들의 존재는 한층 고무적이었다.
벌써 10년여의 세월에 걸쳐 독일에서만도 여러 차례 낭독회를 경험한 오정희씨는 “질문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져서, ‘그래도 이만큼은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힘들고 때로 실망스럽더라도 (낭독회를) 계속해야 한다. 이마저도 안 하면 어쩌겠는가”라고 말했다. 뮌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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