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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20:05 수정 : 2005.06.23 20:05

우리 사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정보화가 진행되어 이제 컴퓨터 보급률이나 초고속통신망 이용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급속한 정보화의 물결은 컴퓨터기술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도태된다는 위기의식과 강박관념을 사람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정보화의 내용과 방향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할 여지를 허락하지 않았다.

주지하듯이 정보화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컴퓨터 감시기술을 통한 프라이버시 및 인권침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나 학자들이 정보기술이 사회에 초래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향을 모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직접적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1981년 미국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인 팔로 알토를 거점삼아 컴퓨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컴퓨터 전문가협회’(CPSR)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자신들을 단순한 피고용 기술자로 여기기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전문가로서 자신들의 연구개발 활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성찰하고 컴퓨터기술이 좀더 민주적으로 개발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컴퓨터가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들을 연구하여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제어할 방안을 집단적으로 강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컴퓨터시스템 개발이나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컴퓨터투표기술 개발, 컴퓨터를 활용한 지역주민들의 사이버 공론장 개발 등이 이들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또한 전문가들만이 기술개발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 과정에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좀더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의 철학은 ‘참여설계’라는 개념으로 정립되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좀더 많은 컴퓨터 전문가들이 컴퓨터기술의 사회적 의미와 기술개발의 사회적 책임을 숙고하는 대열에 합류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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