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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판매 조폭은 왜 다른 직업을 찾지 않을까’ |
'시험성적을 속이는 선생님 적발하기'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스모 경기에서의 부패' '마약 판매상의 재정분석' '낙태의 합법화가미치는 영향' 등등. 나열된 것은 모두 미국의 한 젊은 경제학자가 쓴 논문의 제목이다.
주인공은 하버드대학 경제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하고 2003년에는 미국의 '예비 노벨상'이라는 불리는 존베이츠클라크 메달을 받은 스티븐 레빗. 그렇다면 그와 같은 천재가 왜 이런 경제학과는 무관해 보이는, 엉뚱한 주제를 연구하게 됐을까. 그는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를 '괴짜경제학(Freakonomics:Freak+Economics)'라고 명명한다.
레빗이 '뉴욕 타임스' 등의 기고가인 스티븐 더브너와 함께 지은 '괴짜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는 레빗의 독특한 경제학의 '진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의 내용이 경제학과는 무관해 보이면서도 경제학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면서 몇 가지 경제학적 시각을 끊임없이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 판매상들은 왜 살해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다른 안전한 직업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저자가 1989년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활동했던 한 갱단에 관한 자료를 입수해 조사한 결과 조직원들은 네 명에 한 명꼴로 살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조직원들은 이를 개의치 않고 열심히 마약을 팔러 다닌다. 갱단은 맥도널드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조직이 운영되는데, 지부격의 보스가 되면 대략 연봉 10만 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열 20위 안의 보스 연봉은 50만 달러에 달한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은 조직의 밑바닥층인 '땅개'들에게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국 마약 판매로 부자가 되는 것은 위스콘신 출신의 촌뜨기 아가씨가 할리우드 스타가 되거나 고등학교 미식축구부 쿼터백이 NFL에서 뛰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것. 마약판매조직이 자본주의 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이 인센티브라는 개념으로 스모 선수와 학교 교사가 왜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조작과 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나아가 '매춘부가 어떻게 평범한 건축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 같은 의문점에 대해서도 경제학을 이용해 설명한다. 일자리의 인력 공급량은 임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인데, 어린 시절부터 장래 희망으로 매춘부를 꿈꾸는 소녀들은 없다. 따라서 매춘부라는 직종에대한 인력 공급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매춘부라는 직업이 건축가만큼 특수한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폭력이개입될 가능성이 크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룰 기회를 잃게 된다는 측면에서 건축가가지닌 기술의 특수성을 상쇄한다. 안진환 옮김. 304쪽.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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