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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샤오토코(전차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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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남’ 인터넷 호소에
누리꾼들 줄줄이 댓글
책으로 엮어 백만부 대박 인터넷에서 오간 이런 글들을 책으로 엮은 출판사인 신초사의 편집자는 거의 넷맹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6월 중순 이 글들을 모은 파일을 건네받은 뒤, 손을 놓을 수가 없어 3시간반 만에 독파했다. 대박의 가능성을 짜릿하게 느끼며 사이트 운영자들과 출판을 위한 접촉에 나섰다. 그는 덴샤오토코의 얘기가 순정 연애소설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살아 있고, 주변인물들이 실감 넘치며, 주인공의 고민은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는 것이다. 헤매면서도 네티즌의 조언을 얻어 장애물을 극복하고 마침내 해피 엔딩에 이르는 내용이어서, 읽고 난 뒤 훈훈한 감동과 용기를 불어넣어준다는 그의 분석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 <겨울연가>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같은 순애물 열풍에다, 누리꾼들이 익명으로 쓴 인터넷 댓글을 모은 책이라는 독특함이 맞물려 이 책은 화제를 몰고다녔다.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용도로 쓰는 시대 흐름에 맞게 영화화 작업이 진행돼 역시 대박을 터뜨렸다. 주춤하던 책 판매량도 영화 개봉에 맞춰 다시 급상승세를 탔다. 이어 7월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고, 8월에는 연극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이미 5개 만화잡지를 통해 만화로 만들어졌고, 덴샤오토코를 분석한 책 등 ‘파생상품’도 잇따르고 있다. 덴샤오토코는 이런 유명세에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 진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군가가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상정해둔 상태에서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에 조금씩 노출시켜 화제를 무성하게 만든 것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덴샤오토코는 22일 영화·만화·드라마 제작에 따른 원작사용료 750만엔을 일본적십자를 통해 니가타 지진 피해자들에게 기부했다. 책이 50만부 이상 팔리면 “여러 사람이 인터넷 게시판에 써넣어 제작된 작품인 만큼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현재 덴샤오토코처럼 댓글 달기로 인터넷에서 대대적 화제가 되는 것은 없다. 아류작이 탄생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인기 블로그의 일기식 얘기들을 책으로 만드려는 출판사들의 인터넷 ‘사냥’은 활발하다. 서점에는 벌써 10여권의 ‘블로그 책’들이 나와 있다. 도쿄의 젊은 여성 회사원이 지난 3월 친구들과 만든 <크리스마스까지 애인 만들기>는 접속횟수가 하루 4만건이 넘어 출판사들의 애정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후쿠오카의 남성 회사원이 부인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은 ‘실록 오니요메(호랑이 부인) 일기’는 책으로 출판돼 10만부 이상 팔렸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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