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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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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예기치 못한 재앙
사실에 바탕둔 용감한 비판
과학의 사회적 위험 지적도
그는 또 “인간유전자를 동물에, 동물유전자를 식물에 주입하여 종의 유전정보를 뒤섞어버리는“ 유전자 오염, “유전자 선별과 태아진단에 의한 유전적 차별과 우생학으로의 회귀”, “(인간유전자와 세포주 등) 생명체에 대한 특허”의 부도덕성 등을 경고하고 나선다. 차세대 국가경쟁력으로 주목받는 현대 유전공학의 상당부분이 그의 비판 대상이 된다. 그 비판의 밑바탕에는 ‘유전자결정론’은 과학이 아니라 잘못된 주장이라는 그의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호 교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축적된 과학 연구결과를 보면 유전자조작 생명공학을 이끌고 조장하는 유전자결정론 사고방식의 모든 가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만하다고 말한다. 유전자는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기계부품을 갈아끼우듯이 유전자 부품을 갈아끼워 생명조차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생명공학은 유전자를 기계 같은 고정불변의 것으로 이해하는데, 오히려 유전자가 환경의 도전에 끊임없이 대응하고 적응하는 “유동적 게놈(유전체)”임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의 손이 만드는 “자연적 유전공학”은 정교하게 이뤄지지만, 사람의 손이 만드는 “인공적 유전공학”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자연적 유전공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려면 균형잡힌 안정된 생태계가 필요하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 농약에서 해방된 유기농업, 공중위생 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일관된 논지다. 위험한 유전자조작 연구의 모라토리엄(연구 중단)을 주장하는 이 책은, 다른 한편으로 보아 과학기술이 사회에 끼칠 위험성에도 눈을 돌려 대다수 과학자들과 다른 비판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한 과학자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런 과학문화의 다양성을 찾기 힘든 우리 사회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줄 만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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