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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7 16:58 수정 : 2005.07.13 02:10

휴머니스트 ‘최초의 신화, 갈가메쉬 서사시’

노르웨이의 노벨연구소에서는 2002년 세계 최고의 문학 작품 100편을 뽑은 바 있다. 그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작품이 〈길가메쉬 서사시〉였다. 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역사성과 어떤 것의 기원이라는 희귀성이 주요한 평가였을까·

그 <길가메쉬 서사시>가 2004년 봄 내게로 왔다. 20여 년 동안 수메르어·악카드어를 비롯한 고대어로 된 문서들을 통해 중근동의 신화·문명·역사를 연구하고 있다는 김산해라는 분이 보낸 2000매 분량의 원고였다. 예사롭지 않아 조심스레 훑어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인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을 해독해 우리말로 옮겼다고 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열흘동안 읽으면서 편집자로서의 존재 가치를 강하게 느꼈다.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도정일의 신화 읽기’를 통해 파편적으로 알았던 수메르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었다. 역사상 실존 인물로 밝혀진 길가메쉬, 그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최초로 완역된 원고를 내가 만난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수메르 점토서판을 읽을 수 있는 분은 배철현 선생(서울대 종교학과), 조철수 선생(서강대 수도자대학원)뿐이었다. 김산해 선생은 은둔자였던 셈이다.

흥분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이것이 사실인지, 정말 점토서판에서 옮긴 것인지, 과연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등을 검증해야 했다. 김산해는 누구인가. 2002년 <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가람기획)라는 저서를 낸 것을 확인했다. 김산해 선생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수메르를 알게 되었다. “수메르와 대면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이 자신을 떠나고 오직 그것만이 내 곁에 남아 있다”는 그의 고백을 듣는 순간, 나의 마음은 무척 아팠다. 책의 내용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끝으로 신화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도정일 선생의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나서야 출간을 결정했다. 김산해 선생의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그점은 송구할 뿐이다.

기록으로 볼 때 수메르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다. 수메르는 고대문명 가운데 최초로 문자를 사용했는데,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새겨서 왕명록, 매매문서, 물품내역, 공증서류 등의 기록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수메르의 신화와 역사는 히브리 신화, 그리스 신화, 그리고 성서의 여러 이야기(대홍수와 에덴동산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수메르는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사이에 가로놓인 문턱이었고, 인류가 야생의 단계를 벗어나 문명을 탄생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배꼽’이었다.


책 디자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표지는 옛스런 맛을 살리기 위해 양피지의 느낌을 갖도록, 본문은 먼 과거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미지를 다루는 데에도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기원’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이미지와 배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수메르의 위대한 유산인 <길가메쉬 서사시>를 번역한 책이다. 서양 학자들의 연구를 중역한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점토서판 원문을 검토하고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을 비교·대조하여 번역한 책이어서 그 의미가 참으로 각별하다. 4부로 된 이 책은 2부가 길가메쉬 서사시 번역이고 1, 3, 4부는 길가메쉬 서사시 연구 성과를 담았다. 오랜 시간을 쐐기문자와 씨름했을 저자의 노고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선완규/휴머니스트 인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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