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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7 17:11 수정 : 2005.07.13 02:08

거짓말쟁이, 연인, 그리고 영웅
스티븐 쿼츠 등 지음. 최장욱 옮김. 소소 펴냄(2005)

작은 바다생물인 우렁쉥이는 태어나면 곧바로 자신이 살 장소를 찾아 먼 바다로 떠난다. 결국 산호 틈에서 자신이 살 곳을 발견하면, 우렁쉥이는 그 안에 들어가 영구히 정착한다. 놀랍게도 산호 틈에 정착하자마자 우렁쉥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뇌를 먹어치우는 일’이라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렁쉥이는 동물에게 뇌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답을 제시한다. 소설가 알베르 까뮈가 ‘숨쉬는 것은 바로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삶은 매 순간 판단과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혹은 무의식적이든 우리 앞에 놓인 여러 가능성들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행동에 옮긴다. 우리 삶에서 뇌가 필요하다면 바로 이 대목이다. 더 이상 판단할 필요가 없어져 버린 우렁쉥이가 자신의 뇌를 먹어치운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내 삶에 가장 큰 보상을 주는 선택을 결정하는 곳은 과연 뇌의 어느 부분일까? 만약 그곳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된다면, 인간 삶의 복잡한 패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신경과학자들이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주제가 바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어떻게 순간마다 판단을 내리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히는 일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스티븐 쿼츠와 테렌스 세지노브스키의 <거짓말쟁이, 연인, 그리고 영웅>을 보면, 최근 신경과학자들이 두뇌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밝혀냈는지 알게 된다.

‘쾌락의 중추’라고도 불리는 도파민 시스템은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모티프를 제공했던 바로 그 부분! - 매 순간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가져다줄 보상에 대해 예측한다. 그리고 예측된 보상과 행동을 통해 실제로 얻은 보상 사이의 차이를 피드백 해 준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예측보다 더 많은 보상이 주어졌을 때 우리에게 쾌락이 주어진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이 ‘뜻밖의 횡재’가 달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체는 쾌락신호를 좇아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계속 변화시킨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큰 보상을 주는 사물을 잘 기억해두는 것을 물론, 그것과 관련 있는 사물까지 함께 기억한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주걱만 봐도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복잡한 세상의 각 사물들의 가치를 학습해간다. 슬프게도 신경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인간의 삶이 어떤 면에서는 ‘파블로프의 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존 왓슨은 광고회사 월터톰슨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멕스웰 하우스 광고를 맡으면서 ‘커피 브레이크’(커피를 마시며 쉬는 시간)를 미국의 모든 작업장에서 하나의 관습으로 정착시키는 데 일조했다. 공장에서 쉬는 시간, 즉 커피 브레이크를 알리는 종소리는 마치 파블로프가 개에게 들려주었던 종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신경과학자들에게 물어본다면, ‘삶이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가능성들 속에서 매 순간 대박을 바라는 작은 도박과 같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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