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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7 18:32 수정 : 2005.07.13 02:16

책, 사슬에서 풀리다­ 해방기 책의 문화사

1945년 10월 초, 서울역 운송창고를 찾은 한글학자들이 민족과 더불어 해방된 책을 ‘발견’하고는 감개무량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증거물로 빼앗긴 조선어학회의 한글사전 원고 뭉치(50여책, 1만5천쪽 분량)를 창고에서 어렵사리 찾아냈다. 역사에서 사라질 뻔했던 <조선말큰사전>(1947)의 기초자료는 이렇게 사슬에서 벗어났다.

책의 역사를 주로 연구하는 저술가 이중연(45)씨가 새로 쓴 <책, 사슬에서 풀리다­ 해방기 책의 문화사>(혜안 펴냄)는 해방 직후 1940년대에 나타난 글쓰기, 책읽기, 그리고 출판 문화의 흐름을 추적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책들의 역사를 당시 책과 출판통계, 신문·잡지 기사 등을 통해 책의 한 시대를 되짚는 책의 문화사다.

해방 직후엔 ‘한해 동안 1천종의 책 출간’을 “빛나는 성과”로 꼽았던 시절이었고 전문출판인들이 여럿 생겨나고 마케팅이나 광고가 없어도 독자들이 먼저 책을 알아보고 찾아 좋은 책들은 초판이 매진되던 시절이었다. 현암사·을유문화사 등 요즘도 활동하는 출판사들의 옛 활동을 엿볼 수 있다.

1945~49년의 출판 흐름을 지은이는 크게 보아 △1945~46년 “좌익 팸플릿의 시기” △1947년 ”사상의 세계에서 문학의 세계로” △48~49년을 “문학을 넘어 열린 책의 지평”으로 나눈다. 해방 직후 ‘정치선동’을 중시한 좌파와 ‘계몽’을 중시한 우파의 출판 경향이 크게 분화되어 나타났으며, 정치바람이 다소 잦아든 뒤에 문학과 사회과학 등 다양한 책의 종들이 출현했다고 지은이는 정리한다.

지은이는 이미 <‘책’의 운명­ 조선~일제강점기 금서의 사회·사상사>(2001)을 낸 바 있으니, 이 책은 그 후속편이라 볼 수도 있겠다. 이씨는 다음번 저술 대상으로 ‘헌책방의 문화사’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힌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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