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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7:13 수정 : 2005.07.14 17:14

젊은 작가 손홍규(30)씨가 첫 소설집 <사람의 신화>(문학동네)를 묶어 냈다.

1975년생인 이 작가의 소설들에 ‘80년 5월 광주’의 상흔이 되풀이 등장하는 양상이 흥미롭다. 표제작에서 화자 겸 주인공의 셋째형은 “군인들이 광주를 점령하고 난 뒤 어디론가 끌려가 암매장되었다는 소문”(12쪽)으로만 등장한다. <아이는 가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의 화자인 중학생 소년은 동네 목사가 교회에서 광주학살 비디오를 보는 장면을 몰래 엿보는 형식으로 ‘광주’의 실상과 만나게 된다. 같은 작품에서 ‘감나무네’ 할머니의 아들은 “저 아래 어느 고을에서 난리가 났을 때 죽었다고”(108쪽) 말해진다. 광주사태가 벌어졌을 때 작가의 나이 만으로 다섯 살. 그가 대학에 다닌 90년대 중반이면 벌써 학생운동도 사양길에 접어들었을 무렵이다. 그런 그가 비록 소문과 엿봄의 형태로일망정 ‘광주’와 만나고 그 기억을 소설로써 되살린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아이는…>에서 화자가 고초를 겪고 풀려난 목사와 마주칠 때마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마치 용서를 빌어야 될 것 같은 기분”(121쪽)을 느낀다는 설정은 시사적이다. ‘광주’의 슬픔과 희망을 그야말로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삼아 싸웠던 60년대산 세대의 미묘한 태도와도 다른, 70년대 중반산 세대의 의식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홍규씨가 또래의 다른 작가들에 비해 역사적 현실에 밀착한 소재와 주제를 즐겨 다룬다는 사실, 그럼에도 그의 소설들이 자주 환상적인 설정과 장치를 동원한다는 특징과 그런 의식이 무관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의 소설들에는 ‘사람이 아닌’ 사람(<사람의 신화>·사실은 태어나면서부터의 장애 때문에 말을 못하는 채 바닥에 누워서만 지내는 아이), 늙은이로 태어나서 거꾸로 나이를 먹고 갓난아이가 되어 사라지는 인물(<폭우로 걸어들어가다>), 거미가 된 소녀(<거미>) 등이 등장해서 가난과 폭력과 협잡으로 얼룩진 세상을 고발한다. “세상을 거꾸로 산다는 것”(90쪽)으로 요약할 법한 이들의 태도야말로 신진 작가 손홍규씨의 고집과 패기에 기대를 걸어 보게 하는 요소라 하겠다.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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