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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9:26 수정 : 2005.07.28 19:38

과학이 만난 사회

최근에 국내의 어떤 분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간단히 증명했다고 그 결과를 한 논문집에 투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와대 신문고를 울린 사례가 있었다. 또 눈금이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써서 어떤 각이라도 3등분하는 것은 불가능함이 이미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3등분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학술대회 발표를 신청한 분이 발표 기회를 못 얻자 법에 호소한 경우도 있다. 수학에서 ‘불가능하다거나 존재하지 않음’을 보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역사적으로 고도의 지적 문화활동으로 수학의 발전 외에도 인류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수학의 미해결 문제에 대하여 수학자들 외에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한 사람은 많았다. 오랜 시간 열정을 바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으면 그 결과를 널리 알리고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비전문가의 문제해결 의욕과 지적 열정이 때로는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과학문화 발전의 초석이 되기도 하니 이런 열정적인 지적 활동이 위축되어서도 아니 될 것이다.

그러나 틀린 정보가 존속되거나 불필요한 갈등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과거에는 ‘틀린’ 증명을 전문가들이 안 알아주면 자기 부담으로 일간지에 광고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인터넷이 자주 활용된다.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인터넷상에 사실이 아니거나 틀린 정보가 무척 많을 터인데 이것들이 걸러지지 않고 계속 되풀이 재생산되는 것은 사회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디지털 지식정보시대에 모든 것이 빨라졌지만 전문가들과 비전문가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더디고 잘 안되는 것은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앞의 사례에서와 같이 인터넷으로 인하여 과거보다 큰 불필요한 갈등이 과학적 사실의 나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는 것은 안타깝고 괴로운 일이다. 오늘날은 과학자들이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것은 물론, 실험실과 전문가들만의 장에서 나와서 비전문가의 왕성한 지적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하면서 과학문화를 한 차원 높이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전문과학 지식이 더 이상 과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상, 일반인의 지적 열정을 존중하면서도 그들이 과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사고를 하고 과학적 사실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 지원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몫이다. 과학자의 역할과 사회와의 관계 정립이 새롭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혜숙/이화여대교수·수학 WISE거점센터 소장 hsllee@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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