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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9:34 수정 : 2005.07.14 19:37

개성 있는 가난의 예술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로볼트 베를린 펴냄. 2005년 3월(17.90유로)

잘나가던 백작 집안 후손 백수된 뒤 ‘인생의 질’ 고민
천민자본주의에 불복종 무개성적 소비 철학에 대항
침체기 독일인들 눈길 잡아

실업률이 경제활동인구의 10%를 넘어서고 있는 독일사회에 가난의 미학을 실용적으로 다룬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긴축정책까지 불러오고 있는 침체된 경제가 독일인의 피부에 실감나게 느껴지는 때이기에 이 책은 더욱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실업이나 불황은 불행의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을 진정한 멋과 개성으로 섬세하게 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역설한다. 현재의 경제불황은 풍요로운 삶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사회적으로 정립하기에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36)는 수백년에 걸쳐 몰락해온 백작 귀족 집안의 후손이다. <보그> <에스콰이어> <차이트> 등 잡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서 ‘베를린사람들’ 섹션의 담당편집자로 일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몸담았던 언론사에서 구조조정의 희생물이 돼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다. 이후 3명의 자식들과 영국 왕실의 조카인 부인과 함께 어떻게 생활을 꾸려 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짊어지게 된다. 적은 돈, 한정된 돈으로 어떻게 소비를 포기하면서도, 인생의 질을 높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 경험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가난이 무엇인지, 호화롭고 부유한 삶이 무엇인지를 두루 체험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개성있게 가난할 수 있는, 소비를 포기하면서도 인생의 질을 높이고 진정한 풍요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실용적 방법을 독자들에게 충고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제 풍요로운 삶의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풍요로운 삶의 기준이 더 이상 많은 돈과 넘치는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과 어떤 태도로 소비하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를 포기할 줄 아는 것, 소비에 종속되지 않고 인생을 즐길줄 아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포기의 예술을 배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전제라는 것이다.

진정한 풍요로운 삶은 우리 인생을 쓰레기로 뒤덮는 넘치는 유혹에서 벗어나 확고한 자기 기준에서 물건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잡동사니의 진열장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수수한 삶에서 자신만의 멋과 개성을 찾는다는 것, 거기에 진짜로 사치스런 인생의 풍요를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천민자본주의에 헌신적인 구매전사들에게 묻는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값이 싸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쇼핑백에 집어넣지는 않는가? 이것이 나에게 왜 필요하고,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가?” 값비싼 캐비아 대신 값싼 훈제 고등어를 먹으면서도 즐겁게 식사를 하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멋과 맛을 찾으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약 200쪽에 걸쳐 저자는 왜 적게 일하고 적은 돈으로 인생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은지, 왜 자동차 없이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인지, 장소만 바꾸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해외여행보다 눈과 마음을 열고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왜 나은지, 어떻게 우리의 귀중한 아이들을 쓰레기인 플래스틱 장난감으로부터 자유롭게 교육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소비욕구에 억매이지 않고 행복을 즐길 수 있게 교육할 것인지, 해일처럼 밀려왔다 사라지는 유행에 대항해 어떻게 자신의 가치와 기준으로 개성 있게 물건을 구입할 것인지 등 몇 가지 실용적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천민자본주의에 대해 불복종을 외치며, 무개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소비 철학에 대항한다. 많은 부자들이 자신의 물건과 돈에 눌려 감옥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지적하며, 진정한 행복은 오히려 조금 가진 사람들이 누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무가치적으로 무개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소비형태를 한 번쯤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는 점에 이 책의 의미는 크다. 하지만 절대적 가난 앞에선 이 책의 주장도 호사스럽게 들릴 수 있다. 저자의 출신과 동기를 통해 살필 수 있듯 이 책은 상대적 가난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동안 한편으로  염두해야 할 것은, 부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인식이다.

가난에 대해 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저자는 더 이상 손바닥 위에 놓인 동전과 물건의 가치를 따질 필요가 없어졌다. 적게 가진 자가 잃을 것이 적다는 것을 우리를 포함해 이 책의 저자도 항상 잊지 않길 바란다.슈투트카르트/한귀용 통신원 hangui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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