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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9:52 수정 : 2005.07.14 19:54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 편력 이광주 지음. 한길사 펴냄. 2만원

해방 직후 국대안 파동으로 시끄러운 교정은 한 젊은이의 발길을 고서점으로 돌리게 한다. 고서점은 강의실의 대체물. 일인들이 철수하면서 버리고 간 책들로 넘쳐난 고서점 순례와 그의 지적 편력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는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편력>에서 지적편력과 함께 지적 스승들을 하나하나 꼽으며 그들을 기린다. 그들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고 5·16 이후 기나긴 암흑의 시대에 큰 위안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처음 다가온 이는 괴테. 34권의 일역집을 통해 서간, 일기 등을 섭렵하면서 프랑스 혁명에도, 독일국민의 애국운동에도 동조하지 않고 끝내 ‘교양인’으로 남은 그에게 매료된다. 또 49년 가을 허름한 고서점에서 장정이 멋스런 발레리의 책을 운명처럼 만난다. 의식과 사유의 빛이 비치지 않는 어떤 창조행위도 거부한 그는 지은이의 두번째 마에스트로. 지은이는 또 엘로이즈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아벨라르한테서 신의 본질조차도 변증법적으로 풀고자 한 유럽 최초의 근대적 지식인상을 발견한다.

루터와 달리 끝까지 관객으로 남아 자신을 지킨 에라스무스, 인간과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물은 몽테뉴, ‘인민’ 이데올로기에 감춰진 재액을 간파한 부르크하르트, 무국적 상태를 동경한 츠바이크. 파쟁의 시대를 살면서 세계시민이고자 했던 이들 역시 지은이의 지적 스승들. 특히 스펜더를 통해 지식인의 월북을 목도하면서 가진 고민을 풀게 된다. 그는 지식인들의 귀착지가 결국 휴머니즘적 교양의 세계임을 보여주었다.

노 사학자의 편력이 사적인 만큼 서재 엿보기처럼 흥미로운 한편, 공짜로 도강하는 것 같아 조금은 송구스럽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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