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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9:59 수정 : 2005.07.14 20:00

일본에서 극우들이 득세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필귀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근교의 노구교에서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이 ‘신장개업’하고 성대한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대만에서는 일본-대만 교류창구인 교류협회 타이베이 사무소에 “항일전쟁 승리 기념” 구호를 외치는 대만인 30여명이 들이닥쳐 실갱이를 벌였고 일본인 직원 한명이 구타당했다. 바로 68년 전 이날 일본군은 ‘노구교 사건’을 조작하고 그것을 빌미삼아 중국에 전면전을 감행했다. 그 일본의 침략전쟁에서 2천만명 이상이 숨졌다. 9일에는 베이징의 일본대사관 홈페이지가 중국쪽의 사이버 공격으로 보이는 집중적인 외부접속 시도에 의해 일시 마비됐다. 죽은 노구교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우익들의 발호는 중국 한국을 자극해 대응을 자초하고 일본 우익은 다시 그것을 빌미로 더욱 광분하는 자가발전과 악순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 등에 이어 일본우익의 또하나의 기대주로 급부상하고 있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가 지난 10일 후쿠오카 강연회에서 무려 9분 동안 ‘감동적으로’ 낭독했다는 캐나다 유학 일본인 학생의 전자메일을 빙자해 내뱉은 다음과 같은 괴담은 일본우익발언사에서도 보기드문 압권이었다. “(일본군 위안부가 뜻에 반해 매춘을 강요당한 것은) 옛 시대 일본 농촌에서 볼 수 있었던 정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전장에 있는 불안정한 남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일정한 휴식과 질서를 가져다준 존재라고 생각하면 프라이드(긍지)를 갖고 해볼만한 직업이었다는 얘기도 할 수 있다.” 그는 또 한국 중국의 반일 분위기가 “국익을 위해 반일을 이용, 국내 여론을 달래면서 우선 비난하고 보자는 작전”이라며 “그런 한국과 중국에 그저 머리를 숙이는 정치가는 2류, 3류”라는 낭독까지 했다니, 적반하장도 점입가경이다.

일본 우익은 ‘고립 자초’를 작전명으로 삼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도쿄를 통해 서울, 평양, 베이징으로 향하던 통로는 급속히 졸아들고. 대신 서울-평양, 서울-베이징, 베이징-평양, 베이징-모스크바 통로는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6자회담 재개와 북-미 양자접촉 확대는 미국 우익조차도 도쿄 통로, 도쿄 지렛대의 효용가치를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한 또다른 징표라면 너무 섣부른가. 이제까지의 일본을 통한 미국의 한국 및 한반도 통제효력은 급감하고 있다. 한국에 시운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그 상당부분이 어찌 일본 우익 덕택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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