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4 20:00
수정 : 2005.07.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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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로버트 멘셜 지음. 강수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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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튤립재배 광풍, 미국 닷컴 열풍등 시장 ‘판단착오’ 사례 들며
“집단논리에 휩쓸리지 말라” ‘월가의 전설’ 따끔한 충고
#1 17세기 네덜란드=튤립 열풍이 불었다. 자연히 값이 뛰어 튤립 거래소가 생겼다. 희귀한 튤립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번졌다. 사람들은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고 튤립을 재배했다. 통화는 팽창하고 모든 것의 값이 올랐다. 6~9월에 열리던 튤립시장은 상설화되었다. 시장에서 주고받은 것은 알뿌리가 아니라 배달날짜에 대한 약속이었다. 열기는 1634~37년에 절정에 이르러 상등품 한뿌리에 11만달러에 이르렀다. 농부들은 투기자금을 마련하려 가축을 팔고 집과 토지를 저당잡혔다. 37년초 붕괴하기 시작한 가격은 몇 주만에 상등품이 6000플로린에서 400~500플로린으로 폭락했다. 몇달 전 가난의 존재를 의심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알뿌리 몇 개만 움켜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2 20세기 말 미국=닷컴열풍이 불었다. 인터넷이 물리적 공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펴면서 굴뚝산업을 모조리 퇴물 취급했다. 500만에 이르는 군단이 닷컴주식 치고 빠지기를 거듭했다. 거품은 한없이 부풀어 개나 소나 집을 저당 잡히고 빚을 내어 주식을 사들였다. 멀쩡한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이 닷컴으로 옮겼다. 스톡옵션을 받은 이들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들이 사고 판 것은 수익률이나 장부상의 가치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라는 환상이었다. 마침내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실체가 없던 닷컴이 하나 둘 무너졌다. 마이더스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황금이 아니라 휴지조각이었다.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은 주기적인 경기의 과열과 침체에서 일시적인 유행까지 판단착오의 사례들을 한데 모아 그 어처구니 없음을 적시하고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을 때 제 정신을 유지하는 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은이는 골드만삭스의 상무이사로 40년 넘게 연평균 수익률 20%를 웃돌아 ‘월가의 전설’로 통하는 로버트 멘셜. 주위의 열기나 두려움에 휩쓸리지 않고 사는 방법을 터득해 온 그가 던지는 의문은 “혼자 있을 때 그토록 영리한 사람이 군중 속에 있을 때는 왜 바보가 되는가.”
고점에서 주식을 사 저점에서 파는 수많은 사람들은 팔푼이인가? 개인적으로는 현명한 데 자신의 선택을 부정하는 집단논리에 현혹된 사람들이다. 돈을 급히 벌겠다는 생각이 가치평가의 잣대는 물론 분별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투자결정 동기는 ‘정보통 친구’의 귀띔 또는 익명의 공간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이다. 그것이 쓸모 없거나 시효를 잃었음을 모르는 사람은 그들뿐인 것을.
언론도 미치광이 놀음에 한몫 한다. 한몫이 아니다. 튤립열풍 때 광풍은 키우고 대공황때 진실을 가린 게 그들이다. 예컨대 <뉴욕타임스>는 공황이 임박한 즈음 전문가의 말을 따 ‘주가상승 이유 충분하다’ ‘주식시장 영원한 호황 예측’ ‘주가 아직도 낮아’라는 기사를 실었고 공황 국면에서는 ‘증시침체 일시현상’ ‘폭풍겪은 월가 다시 낙관론’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지금이라고 다를 바 없는 터, 텔레비전이 엎치고 인터넷이 덮치면서 집단광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은이는 현명한 개인과 우매한 군중의 긴장은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마지막 승리자는 공포로 허둥대는 또래들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개인들이라고 말한다. 현명한 이는 끝없이 경계하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섭쓸리지 않아 남들이 모두 하면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경기과열 때 재주는 곰이 넘고 돈버는 사람이 따로 있다. 골드러시 때 금으로 돈 번 사람은 몰라도 광부들에게 청바지나 삽과 곡괭이를 팔아 부자가 된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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