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4 20:07
수정 : 2005.07.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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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
에드워드 루시-스미스 지음. 정유진 옮김. 개마고원 펴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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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하면 단연 여성이다. 이것은, 또는 이렇게 말하는 것은, 면면이 이어온 남성중심 사회의 잔재다. 페미니스트의 말을 빌면 누드여성의 이미지는 강간의 한 형태다. 그럼 누드 남성의 재현물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에드워드 루시-스미스 지음. 개마고원 펴냄)는 회화, 사진, 조각을 비롯한 모든 장르에서 다뤄진 남성누드의 형태미와 정치·사회·성적 맥락의 변화를 살펴본다. 지은이는 영웅, 여성화한 남성, 앤드로자임(남녀양성), 야만인, 희생자, 동성애자, 소년 등 아홉 개의 스펙트럼을 통해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잡아내고자 한다.
남성중심 사회가 길었던 만큼 영웅, 야만인, 희생자 이미지가 편만한 것은 사실. 현대에 들어 남녀양성, 동성애자 등이 대놓고 드러나는 것과는 별개로 영웅 헤라클레스 이미지가 슈워제너거류를 통해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것은 힘을 잃어가는 남성들의 향수인지도 모른다. 고전주의 시기 완벽한 표준이 되는 미의 척도로서든, 근대이후 있는 그대로 (때로는 왜소하게) 보여주든, 남성성을 드러내는 방식의 변화는 곧 여성이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한 시대의 변화를 읽는 한 코드일 수 있다. 지금은 남성들이 야만적인 전쟁터에서야 활개치는 마당, 스스로의 위치를 재평가하고 나아가 남성성이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하는 시기. 이 책은 남자들 코앞에 거울을 들이대고 ‘자, 네 꼬라지를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는 모양새다. 물론 여성들에게는 잘코사니 눈요기 기회.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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