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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5 17:12 수정 : 2005.07.15 17:14

그리스도대 학내문제 재임용 탈락…6년만에 전남대서 강의

아무런 연고없고…다른 교수들 전원찬성으로 특채 ‘대사건’

 ‘거리의 철학자’ 김상봉(47) 문예아카데미 교장이 대학 강단에 선다. 15일 오후, 그는 전남대에서 철학과 부교수 임용장을 받았다. 99년 그리스도신학대에서 ‘학내문제’로 재임용탈락된 뒤 6년여만에 대학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대학 사회, 특히 교수 사회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일은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교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아마도 한국 대학사회 ‘초유의 일’이자, 사람이 개를 문 것과 비슷한 ‘대사건’”이라며 웃었다. 상식과 통념을 통째로 뒤집었다는 이야기다.

우선 김 교장은 전남대 철학과에 ‘특채’로 임용됐다. 전남대 철학과는 이미 11명의 교수로 정원이 가득찬 상태였다. 빈 자리가 생겨서 뽑은 게 아니라, 김 교장을 특별히 ‘모셔온’ 셈이다. 이공계 학과에서는 ‘잘 나가는’ 외부 인사를 특별임용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수 특채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특채의 배경은 더욱 특별하다. 부산 출신으로 연세대 철학과를 나온 김 교수는 전남대는 물론 광주와도 아무런 연고가 없다. 현재 11명의 전남대 철학과 교수 가운데 김 교수와 같은 대학을 다녔거나 유학 생활을 같이 한 경우도 없다.

학과장인 조윤호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 연구와 철학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수한 연구자를 모셔오길 원했고, 김 교장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의 학문적 활동과 역량에 대한 판단만으로 임용을 결정했으며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자신보다 젊은 학자를 ‘조교수’로 임용하는 관례도 무너졌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김 교장은 사회활동 경력이 인정돼 곧바로 부교수로 임용됐다.

더 놀라운 것은 기왕의 교수들이 모두 김 교장의 교수 임용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교수 특채는 학과 교수 전원의 찬성과 총장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조윤호 교수는 “우리 학과에 필요한 훌륭한 분을 모시는 일에 어떤 이견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독일관념론, 특히 칸트철학을 전공했다. 전남대 철학과에는 같은 전공의 교수가 한 명 더 있다. 김양현 교수다. 김 교수는 “전공이 같으면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많이 배울 수 있기에 적극 찬성했다”며 “다른 교수들이 열린 사고로 이견없이 동의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전공을 공부한 학자를 배척하고 대신 자신의 학맥과 인맥을 이을 후배 학자를 챙기고, 빈 자리가 생기기 전에는 결코 교수를 임용하는 일 없는 대학 사회의 ‘상식’을 전남대 철학과는 모두 뒤집어 놓은 셈이다.

김 교장은 “전남대 철학과 교수님들이 보여준 애틋한 마음이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민예총 문예아카데미를 통해 주체적 철학의 문제에 천착하는 동시에 철학의 대중화에 힘썼다. ‘학벌없는사회’를 통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성 등을 주창하며 대학 서열화에 대한 활발한 비판활동도 펼쳤다. 대학과 인문학 붕괴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결국 김 교장의 교수 임용은 강단에 얽매이지 않고 실천적으로 학문을 해온 한 학자의 노력과 이를 사심없이 평가해준 지방대학 교수들의 선의가 만난 결실이다. 학과장인 조윤호 교수는 “다른 학교, 다른 학과에서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름답고도 의미심장한 이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할 대학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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