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1 16:12
수정 : 2005.07.23 01:30
동아시아는 지금
미국 일본이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다음과 같은 사례도 그런 사정을 잘 드러내준다.
지난 15일 미국 민주당쪽이 상원에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유노칼 매수저지법안을 제출했다. 그 이틀 전인 13일에는 하원 군사위원회가 이 문제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었다. “유노칼은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송유관) 건설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유노칼을 매수하면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동맹국들이 있는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다”거나, “유노칼의 심해탐사기술을 중국이 군사부문에 전용할 것”이라는 등의 경계론이 무성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6월30일 미 하원이 중국기업의 유노칼 매수저지법안을 가결했고, 7월5일에는 중국 외교부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모든 일은 지난 4월 미국 석유업계 2위 셰브론텍사코가 유노칼을 165억달러에 매수하겠다고 밝힌 지 두어달 지난 6월22일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거기에 20억달러를 더 얹어 185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유노칼은 미 석유업계 9위의 회사로, 지난해 매상고는 82억달러. 이 회사는 보유 석유·천연가스 채굴권의 70%를 아시아지역에서 확보하고 있고, 동남아지역에서 각종 에너지관련 사업을 벌이는 한편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에도 손대고 있다. 중국-일본이 알력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해저석유개발에도 줄을 대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일각에서 중국해양석유총공사의 행보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신경을 곤두세울 충분한 이유들이 된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는 중국 3대 국유석유기업 가운데 하나로, 미국 일본의 중국위협론자들은 그 뒤에 바로 중국 정부와 국가가 있다는 점을 크게 의식할 뿐 아니라 이를 매수불가론의 주요구실로 부각시키고 있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다음달 10일 열릴 유노칼 주주총회를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주총에서 팔겠다고 결정하더라도 미 국방부와 재무부가 참여하는 ‘대미외국투자위원회’의 가부심사라는 절차를 또 거쳐야 한다.
중국기업의 미국기업 매수 공세는 아이비엠(IBM) 피시(PC)사업부문, 가전업체 매이텍에 대해서도 렌샹(레노보) 등이 매수에 나서는 등 점차 더 거세지고 있다.
만일 중국 위안화가 미국 요구대로 대폭 절상될 경우, 미국은 당장 무역적자·재정적자 해소에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이것마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미국기업들을 사냥하는 7천억달러의 외환보유 대국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매수는 순풍에 돛단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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