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1 18:48
수정 : 2005.07.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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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비
베티 프리단 지음·김현우 옮김. 이매진·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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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책이 40년을 넘긴 지금까지도 ‘여성학 교과서’로 대접받고 있다면, 그건 강요된 여성성의 신화가 여태껏 건재하기 때문인 듯하다. 1963년, 미국에선 막 결혼한 신부의 40%가 10대였다. 그 때 베티 프리단은 대다수 여성들이 어린 나이에 주부라는 지위를 선택해 물건을 사들이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모양처’를 꿈꾸며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신비’는 이처럼 여성에게 주부로 살아가길 강요하는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여성의 체내화한 강박을 가리킨다. 주부를 둘러싼 내외적 억압을 가리키는 이 개념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의 갈피마다 인용한 방대한 양의 인터뷰와 매체 기사들은 자아를 잃어버린 교외 백인 중산층 주부의 삶이 본질적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장황한 분석 끝에 내놓은 대안은 썩 훌륭하지 못했다. 프리단은 가정의 가치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서 직장과 집안일을 적절히 해내는 슈퍼우먼들을 영리한 여성으로 추켜세웠다.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은 페미니스트나 상처받은 주부들보다 일부 ‘식견을 갖춘’ 남성들의 이해심을 고맙게 여겼고, 따라서 같은 시대 여성과 후배들에게 반발을 샀다. 동성애에 대한 그의 교묘한 트집도 한계로 지적됐다.
2005년 한국 사회가 여성의 사회진출과 출산장려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볼 때, 강요된 여성성을 낱낱이 파헤치는 책의 미덕에도 직장과 가정을 성공적으로 병행하라는 프리단의 목소리가 여전히 위험천만한 것만은 틀림없다. 책 표지로 서서 소변을 보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것도 마땅한 선택 같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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