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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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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야생화들의 이름 알기에 급급하는 것은 ‘무늬만 생태’일 뿐이다 들꽃 한송이, 벨레 한마리서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낄때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비로소 시작된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레이첼 카슨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누군가의 글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동일한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머리 속에 생각만으로 맴돌던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타인의 글 속에서 만나는 것은 자신의 일기를 읽어가듯 편안함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침묵의 봄>의 저자로 환경운동의 선구자인 레이첼 카슨이 쓴 작은 책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를 펼치면서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페이지 사이사이에 실린 다양한 색감의 예쁜 자연 사진들은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함께 써 내려간 짧은 글들은 수험생을 위해 정리해놓은 요점 정리 책과도 같이 군더더기 없이 우리에게 생태교육의 참된 길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여기저기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생태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생태교육의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 지식 정보화사회의 한 병폐인 이름 알기와 놀이에 치우치는 ‘무늬만 생태’인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생태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인식하였으되 아직 길잡이들이 부족하여 참된 방향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와 야생화들의 이름과 그 효용성 알기에 급급한 우리들에게 레이첼 카슨은 “자연 사물의 이름을 알고 식별하는 것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름을 알고 식별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그처럼 가치 없는 목적도 없다. 심지어 생명의 경이와 신비를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하더라도, 자연 사물의 방대한 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라며 자연을 함께 한다는 것은 이름 알기가 아니라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놀람과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끼는 마음임을 강조한다. 주 5일제로 늘어난 휴일에 어린 자녀들과 산과 들에 나가는 기회가 자주 생기지만, 어떻게 자연을 대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부모들의 하소연을 듣게 된다. 사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런 저런 자연도감을 들쳐 보지만 막막함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가르치려 하는 마음 때문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연을 대한다는 것은 특별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숲을 거닐며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놀라워하고, 즐거워하는 것. 이것이 바로 숲 속에서 함께 한 부모와 아이, 두 영혼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기억을 만드는 참된 길이라는 것이다. 생태교육을 다니며 종종 ‘알면 사랑하게 됩니다’라는 말을 애용한다. 그러나 사실은 자연을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들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에서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낄 때, 더 깊이 알려는 마음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도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 새로운 것, 미지의 것에 대한 흥분과 기대·공감·동정·존경·사랑…. 이런 감정들이 기름진 땅을 이루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물에 대한 지식을 올바르게 추구 할 수 있다는 것이다.자연이 설명의 대상이라면 우리는 자연을 알기 위해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설명의 대상이 아니다. 레이첼 카슨은 자녀들과 함께 자연으로 나아가려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며 책을 마무리한다. “늘 자연과 가까이 하는 기쁨은 전문가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땅과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간직하고 있는 놀라운 생명의 경이에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내맡길 줄 아는 열린 마음과 열린 귀를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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