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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1 20:05 수정 : 2005.07.21 20:08

신선한 생선 사나이

젊은 작가 김종은(31)씨가 첫 소설집 <신선한 생선 사나이>(창비)를 묶어 냈다. 표제작을 비롯해 9개의 단편이 묶였다.

 김종은씨의 소설은 발랄하면서도 아련한 페이소스를 머금은 어조에 ‘청년 실업 500만’ 시대 청춘의 초상을 점묘하고 있다. 지하철 세일즈맨으로 ‘활약’하는 그의 한 주인공은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하루를, 바지춤에 쓱쓱 닦아내고 싶다는”(75쪽) 생각을 한다. <스물다섯의 그래피티>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판단한 뒤, 운동복 바지에 셔츠만 걸친 차림으로 기약없는 도피행에 나선다. 그들에게 경험이란 지워 버리거나 그로부터 도망쳐 버리고 싶은 대상으로 여겨질 따름이다.

표제작에 해당하는 <프레시 피시맨>은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에 스치기만 해도 한달을 앓는”(40쪽) ‘상처 친화적’인 친구의 이른 죽음을 보고하는 작품이다. 화자에게 친구의 죽음은 그가 한마리 생선으로 몸을 바꾸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저 음습한 곳. 어두운 곳. 하수구 파이프를 따라 녀석이 한마리 물고기처럼 꼬리를 흔들며 사라져갔다”(45쪽)는 대목은 각박하고 치열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 또는 변신의 방식으로 회피하는 청춘의 슬픔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음이다.

이웃집 여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쫓아다니다가 봉변을 당하는 <길>의 주인공 남자, 휴대전화기의 상냥한 목소리에 혹했다가 그것이 허위임을 깨닫고 “대로변 한가운데에다 전화기를 내던져”버리는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 1년 전에 빌렸던 비디오 반납 독촉 전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콩트 분량의 소설 <우주괴물 엑스트로> 등에서 이 불우한 청춘 군상은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채 고통스럽거나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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