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4 19:15
수정 : 2005.07.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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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울 넘어선 만중연대 운동 무토가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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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선 민중연대 운동 무토가 본보기”
지난 22일 오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당에서 흥미로운 학술대회가 열렸다. 주제는 ‘민중운동 50년의 장정-무토 이치요의 업적’. 아시아 지식인들의 공동 학술행사인 ‘2005 인터아시아 문화연구’의 한 세션으로 열린 이 자리에는 한국·중국·미국·일본·대만·인도·멕시코 등 여러 나라 지식인과 시민운동가 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그의 인생은 우리에게 하나의 표본”(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이라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리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 한가운데서 올해로 74살을 맞은 무토가 얼굴이 상기된 채 앉아 있었다.
무토 이치요(사진). 한국에선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반세계화’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 이름만큼 친숙한 것도 없다. 무토는 전후 반세기 동안 아시아 민중의 저항과 함께한 지식인이자 행동가다.
193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50년 도쿄대에 입학하면서부터 ‘반전 평화 국제주의자’의 면모를 발휘했다. 한국전 반대 운동을 펴다 52년 학교에서 퇴학당한 그는 56년부터 반핵운동을 중심으로 세계 활동가들과 본격적인 연대 운동을 펼쳤다. 이후 진보매체인 〈일본프레스서비스〉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동시에, 베트남전쟁, 한국의 광주항쟁, 필리핀의 민중항쟁 등 아시아 각 지역의 민중·시민 행동을 다른 나라에 알리거나 이와 연대하는 일에 매진했다. 89년 그가 창립을 주도한 ‘피플스 플랜 연구소’는 아시아 시민운동가들을 엮는 가장 유력한 네트워크다.
이 과정에서 무토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국경을 넘어선 민중간 ‘희망의 연대’를 주창해 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려는 그의 이념은 타이·필리핀·인도·스리랑카 등의 시민저항 운동에 큰 영향을 줬고, 최근에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의 저항 운동가들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는 그가 주창한 ‘21세기를 위한 민중계획'(PP21)의 구상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경을 넘어선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를 대체하는 수십억 명 민중의 동맹을 제시했다”(호이 포긍 홍콩 링난대 교수) “위로부터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지구화’에 대한 이상을 제시하고, 개인·가족·직장 등에서 동시적·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민주주의 프로젝트를 주창했다”(제러미 프레처 미국 역사학자)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무토는 이날, “세상에는 지금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와 권력구조 차원의 ‘큰 변화’가 동시에 필요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며 “우리는 지금 이들이 이끄는 거대한 운동의 입구에 도달해 있으며, 그 운동의 정체성과 이름을 짓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전세계적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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