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8 15:27
수정 : 2005.07.28 15:39
동아시아는 지금
지난 19일 일본 오키나와현 긴쵸에서는 이나미네 게이이치 현 지사까지 가세한 가운데 약 1만명의 주민들이 미군의 군사훈련에 항의하는 초당파적 시위를 벌였다. 이런 류의 시위로는 1995년 미 해병대원들의 현지 여중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항의데모 이래 처음이다. 21일의 항의대표단에 이어 25일엔 이나미네 지사 등이 다시 중앙정부로 몰려가 훈련중단을 요구했다.
발단은 5월 완성한 도시형 대테러 특수부대 훈련시설의 무리한 운용이었다. 시설과 불과 200여m 사이를 두고 고속자동차도로가 지나가고 300여m 떨어진 곳엔 약 280세대 900여명이 살고 있다. 기관총 긁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그곳 훈련시설에 대해 주민들은 건설 자체를 반대했으나 미군은 공사를 강행한 뒤 착탄벽에 고무만 덧대고 훈련을 했다. 오인사격이나 유탄 위험은 여전했다. 그 전에도 마당이나 안방에 있던 사람들이 파편에 맞아 다치는 사고가 10여건이나 있었다.
긴쵸의 관할면적은 37.76㎢, 이 가운데 약 60%인 22.45㎢가 6천여명의 해병대원들이 머무는 미군기지다. 소음과 환경파괴, 군인군속이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여론을 자극한 또다른 요인도 있다. 미군은 자국령인 괌에서도 동일한 훈련시설 건설을 계획했다가 중단했는데, 그 이유가 얍삽했다. 유지비 문제에다 “가까운 곳에 민간인들이 살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자국민은 중하고 다른 나라 주민 생명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거냐”는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한국에선 미국과 미군의 동아시아 개입 문제가 전통적 물타기 수법 덕에 비본질적인 ‘반미’ ‘친미’ 논란으로 변질돼 초점을 잃더니 슬그머니 정체도 애매한 ‘용미’론이 득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용미! 멋진 말에는 항상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누구나 용미로 득을 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손해보는 자도 있다. 일본 영토의 0.6%밖에 되지 않는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기지의 75%가 몰려 있다. 미군이 떨어뜨리는 달러 몇 푼과 중앙정부의 여론 무마용 지원책에 목매달고 있는 여론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오랜 역사를 지닌 오키나와는 독립적인 삶과 영혼을 저당잡힌 채 사실상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야말로 지금 ‘오키나와는 없다.’ 용미라는 주술덕에 득을 보는 세력은 일본 본토뿐 아니라 오키나와에도 적지 않겠으나 그 그늘에 시들어가는 인생은 더 많을 수 있다.
오키나와와 남한에 대한 미국의 대접, 즉 그 둘의 지위나 위상이 어찌 같을쏘냐고 하겠지만, 따져보면 남한은 또 하나의 오키나와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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