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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케사르 암살-고대 로마 민중의 역사
마이클 패런티 지음. 뉴프레스 펴냄. 2004년 7월 |
이 시대 세계제국과 닮은 부패한 정치 · 타락한 종교등 당시 로마사회 자세히 설명 “케사르 죽음 로마에 축복” 키케로의 서술 통렬히 비판
바깥세상 책읽기 마이클 패런티의 <줄리어스 케사르 암살: 고대 로마 민중의 역사>는 잘 씌어지고 잘 기록된, 케사르의 암살을 전후한 로마 시대의 불온한 역사를 담은 책이다. 2003년(양장판) 출판된 이 책은 퓰리처상 후보에 올랐다. 이 책은 자신들의 편안한 시각을 계속 유지하는 데 막대한 관심을 가진 역사가들에 의해 씌여진 역사책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기에 적합하다. 또 역사적 사건들의 정확한 서술과 읽는 기쁨을 주는 책으로서, 그리고 다양한 사실들을 전해주는 책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패런티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은 분명해 보인다. 후기 로마제국 때 나온 수많은 역사적 기록들은 이교도의 책으로 몰려 기독교인들에 의해 파괴됐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해지는 몇 안되는 기록 중 하나는 로마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쓴 것인데, 이것이 미국과 영국 역사학자들이 의존하는 당시 기록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패런티는 키케로의 서술에만 의존해 로마의 역사를 설명하는 역사학자들을 ‘신사 역사학자들’이라고 부른다. 이들 역사학자들이 어떤 잘못된 통념을 영원불멸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키케로는 로마 특권계급 출신의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역사서술에서 취한 접근법은 로마 부유층의 이해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평민들의 이해에 대한 철저한 무시였다. 그는 케사르의 암살을 로마 공화정의 수호를 위한 것으로 봤다. 평민들은 ‘기생적인 군중’이나, 빵과 원형경기장 경기에만 관심을 두는 하층계급으로 묘사됐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케사르의 이미지는 독재자 또는 선동정치가로 평가절하됐다. 패런티는 그 자신만의 역사서적 해석을 통해, 기원전 44년 3월15일에 발생한 케사르 암살의 이유는 기득권계층의 온건 포퓰리스트 개혁가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케사르는 그때 특권계층이 빼앗은 토지를 농민들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 개혁은 일반 농민들이 그들 자신을 위한 농사를 짓고, 지주 계층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다. 패런티는 이런 맥락에서, 평민들이 뭔가를 자꾸 달라고 요구하는 게으른 군중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평민들은 과도한 집세와 이자율에서 자유로워지길 원하고, 먹고 살기 위해 적당한 곡식을 요구하는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라는 게 패런티의 시각이다. 패런티는 케사르 암살을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개혁가에 대한 정치적 살인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키케로의 유명한 서술은 독재자 케사르의 죽음이 로마를 위해선 축복이었다고 주장한다. 패런티는 이것이 역사적 순간의 정확한 반영이라기보다는 자기 정당화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케사르가 너무 막강한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과두 지배층은 케사르의 암살 이후 정치적 환경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관해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로마의 지배층이 채택한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케사르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대중적인 홍보와 좀더 노골적으로는 일련의 선전이 그런 차원에서 행해졌다.패런티는 케사르 암살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그 당시 로마사회에 관한 매혹적일 만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재구성했다. 돈이 춤추는 선거, 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사회통제를 위한 기제로서의 종교적 의식의 사용, 노예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행위들, 동성애를 정치적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등…, 이런 것들이 그 당시 로마사회의 단면들이다. 제국과 부패의 스토리, 원로원, 종속된 여성들, 스스로를 부유하게 만드는 자본가들, 약탈에 시달리는 지역, 빈민가와 도시의 폭도들, 이런 모든 현상들은 우리 시대의 세계제국의 현실과 놀랄 만큼 닮았다. 미국제국에 비판적인 패런티가 왜 고대 로마에 주목했는지를 여기서 유추해볼 수 있다. 지배계급의 똑같은 규범과 자기 정당화는 역사의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케사르 암살이 가져온 결과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케사르의 죽음은 오랜 내전으로 로마를 끌고갔고 끝내 5백년이나 지속된 공화정을 소멸시켰다. 그리고 수백년 동안 계속된 전제적 통치가 새로 등장했다. 역사는 항상 그렇게 반복되는 것일까. 제임스 카와카미(럿거스대 외래교수·화학) 카와카미 교수는 197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브라운 박사 밑에서 수학했으며, 럿거스대학에서 아프리카 에이즈 확산방지를 위한 여성용 젤을 개발했다. 오랫 동안 정치에 관심을 두고 서평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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