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8 18:22
수정 : 2005.07.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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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킬다 이야기
이가타 게이코 지음. 유영초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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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 북서쪽 끝에 길게 줄지어 있는 섬들인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에서도 다시 서쪽 캐나다 방향 대서양 속으로 약 62㎞나 더 나앉아 있는 세인트킬다 군도. 작은 4개의 섬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수천년 전부터 선사시대의 삶의 방식과 별 다를 바 없이 살아온 주민들이 있었다. 인구는 17세기에 한때 180명 정도에 이르기도 했으나 그 뒤 80명 안팎을 유지하다 1936년 36명을 끝으로 상주인구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무인도가 됐다. 개니트, 풀마 갈매기 등 섬 절벽에 둥지를 틀고 살던 바닷새들을 주식으로 삼을 만큼 척박한 생존환경이었지만 때묻지 않은 심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인정과 보살핌속에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오던 그들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는가? 거센 바람과 험한 파도, 본토와의 단절속에서도 수천년간 끊이지 않았던 그들의 독특한 공동체는 왜 돌무더기 집터만 흔적으로 남긴 채 파괴됐는가?
영국 마니아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인 이가타 게이코가 쓴 ‘이 세상 끝에 있는 섬’ <세인트킬다 이야기>가 그 의문을 풀어준다. 이 무균상태의 공동체를 유혹하고 끝내 괴멸시킨 것은 본토에서 파견돼온 교회 사제와 그들이 강요한 기독교식 일상생활과 교육, 그리고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를 지배하면서 부유해진 대영제국 신민들의 빗나간 호기심과 개입, 말하자면 ‘문명’이라는 이름의 괴물이었다. 책은 그 몰락과정을 한편의 소설처럼 애잔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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