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8 19:01
수정 : 2005.07.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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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집 <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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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님’ 연작
‘님 세상’ 두권 더
시인 하종오(51)씨가 또 한 권의 ‘님’ 연작 시집 <님 시집>(애지)을 펴냈다. 지난해 시 전문지 <현대시학>에 연재했던 것을 묶은 것으로, <님 시편>(1994)과 <님>(1999)에 이어 세 권째 ‘님 시집’이 된다. 시인은 앞으로도 두 권의 님 시집을 더 펴내겠노라고 밝혔다.
<님 시집>의 56개 시편들은 강화에 정착해 살고 있는 시인 자신의 삶에서 일궈낸 노래들이다. 전원생활의 기쁨과 슬픔, 보람과 좌절, 융합과 반목이 두루 그려진다. 그 안에서 자연과 생활은 대체로 조화롭고 때로는 부닥치기도 한다. 각기 한두 페이지 정도의 균질적인 분량으로 엮인 이 단행 산문시들은 그 산문적 형식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가락과 정조로 운문적 정체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님께서 가시자, 그이는 날마다 버덩을 태웠습니다. 그이가 왜 태우는지 아는 것들은 알 슬어놓고 사라진 곤충들뿐이었으므로 사방으로 연기만 흩어졌습니다. 그게 그이가 님 그리워하는 모습이라고 나무들이 껍질 속으로 알 단단하게 품고 이파리들을 털어 버렸습니다.”(10쪽)
시집에는 ‘님’과 ‘그이’ ‘저이’, 그리고 ‘저’ 이렇게 네 개의 (대)명사가 나온다. 이 말을, 시집의 등장인물이 네 명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만큼 시집을 오독하는 일도 달리 없으리라. “그이는 님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님이 되었습니다”(27쪽)라거나 “온 누리 누리는 님들로 님들로 가득 차고 가득 찼습니다”(40쪽)에서 보듯 ‘그이’는 ‘님’이 되고 ‘저이’ 역시 ‘님’이 되어 세상 만물이 두루 님이 되는 경지, 달리 말하자면 “저와 님도 이 세상의 누구에겐가 엮어진 한통속”(57쪽)이라는 것이 시인의 믿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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