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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남/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ynh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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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만난 사회
지난 21일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완성된 인간복제의 심각한 문제를 다룬 화제의 영화 <아일랜드>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되었다. 황우석 교수가 세계에서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뒤여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영화 프로듀서 월터 F. 파크스도 이 영화의 배경이 원래 21세기 후반이었으나 황 교수의 연구 발표에 힘입어 10년 뒤인 2019년으로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 영화가 개봉 첫주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 크다. 이 과학공상 영화의 상영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과 아울러 인간복제에 관한 논의가 다시 심도있게 다루어졌으면 한다. 특히 인간복제에 대한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는 면보다는 가능하다는 면에서 논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인간복제는 호기심 많은 엉뚱한 인간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종교,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인간복제는 철저히 금지되어야 하며 통제되어야 한다. 특히 인간 생명은 그 자체가 윤리적 대상일 뿐이며 과학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복제 인간이란 제품이며 윤리성과 도덕성을 찾을 수 없는 동물에 불과함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뭔가 두렵고 공포스러우면서도 과학의 긍정적인 힘과 혜택을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일반대중에게 과학과 기술이 좀더 신뢰받을 수 있기 위해 과학자가 윤리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더욱 각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고 맹목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다루어지고 통제되어야 한다. 일부 과학자들과 생명윤리학자들 중에는 특수한 경우, 불임부부나 치명적인 유전병 치료를 인정해야 하며 나아가서 동성애자와 독신자를 비롯해 자신의 ‘유전적 2세’를 가질 수 없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이런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인위선택이 자연선택에 편승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복제양 돌리는 설계된 복제와 선별을 통해 생산된 상품이었다. 돌리는 ‘생산-관리-폐기’라는 상품의 전형적 과정에 의해 6년7개월 남짓한 삶을 살고 안락사되었다. 돌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불행한 동물이 되고 말았다. 왜 인간은 돌리를 태어나게 했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과학기술의 세속화 운동이다. 민중이 과학을 알고 윤리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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