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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스님들과 천주교 춘천교구 소속 신부들이 오는 6일 종교 간의 화합을 다지는 족구 경기를 벌인다. 사진은 월정사 스님들이 지난해 8월 평창군 주민들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 족구 시합을 하고 있는 모습. 평창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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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스님-천주교 춘천교구 신부들 ‘종교의 벽’ 넘기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 평창군 산간 지방의 스님들과 천주교 신부들이 종교의 벽을 넘어 족구 시합을 벌이기로 해 화제다. 스님들이 제의 “멋진 경기 하자” 신부들 화답6일 ‘월정사 주지배 평창군 대회’ 서 시범경기 오대산 월정사 스님들과 천주교 춘천교구 소속 신부들이 오는 6일 오전 10시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둔치에서 종교 간의 화합을 다지는 족구 경기를 벌인다. 이 시합은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오대산 월정사가 주최하는 ‘제2회 오대산 월정사 주지배 평창군 족구대회’에서 시범경기로 열리게 된다. 비록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스님들과 신부들이 함께 운동경기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족구 시합에는 교계를 대표해 스님 4명, 신부 4명이 출전해 3세트에 걸쳐 기량을 겨룬다. 스님 대표 가운데는 월정사 주지스님인 정념 스님도 포함됐다. 정념 스님은 지난해 8월 열린 1회 대회 때도 잠깐 출전해 예사롭지 않은 족구실력을 보여주었는데, 올해도 승복과 밀짚모자 차림에 고무신을 신고 출전할 예정이다. 스님들은 1회 대회 때는 평창군 족구연합회 회원들과 시합을 벌여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1 대 2로 아깝게 패했다. 하지만 올 4월에 열린 ‘제1회 월정사 주지기 평창군 축구대회’에서는 평창 지역 유지들과 축구 시합을 벌여 2 대 0으로 승리하는 등 산중에서 닦은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 바 있다. 스님들이 이처럼 운동경기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진부면 주민들이 열고 있는 ‘산꽃 약풀 축제’에 월정사에서도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월정사 스님들은 지난해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족구 대회에 참가한 뒤, 내친 김에 이 지역의 개신교 목사들에게 족구 시합을 제의해 경기 일정까지 잡았다. 그러나 시합 하루 전 날 교회 쪽의 사정으로 아쉽게도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이후 스님들은 천주교 쪽에 족구 시합을 제의했고, “멋진 경기를 하자”는 신부들의 답변을 듣고 시합을 준비하게 됐다. 월정사 스님들은 족구대회를 앞두고 일찌감치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그동안 비가 내려 훈련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2일 오후부터 몸풀기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족구대회에는 평창 지역 각 마을과 직장 등 30개 족구팀이 나와 자웅을 겨루고 입상하는 팀에는 우승컵과 상금 등이 푸짐하게 주어진다. 윤승일 월정사 문화사업실장은 “운동 경기를 통해 주민들의 친선과 화합을 도모할 뿐 아니라 애향심과 자부심을 높이고, 종교 간의 화합도 다지기 위해 족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성사 일보 직전에 아쉽게 무산된 개신교 목사님들과의 족구 시합도 다시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정사는 산속의 사찰도 사회의 변화에 맞춰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족구·축구대회 개최와 천년의 숲길 걷기대회, 전나무 숲길 도로포장 제거 작업, 평창군민 노래자랑대회, 오대산 불교문화축전를 여는 등 오대산을 현대인의 휴식처로 제공하기 위한 행사들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춘천/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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