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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4 16:17 수정 : 2006.02.22 19:49

대한기독교서회 ‘빛, 색깔, 공기’

아깝다 이책

현대 도시인은 자신들에게 불편한 것을 일상에서 격리시켰다. 배설과 죽음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예부터 인간은 죽음을 삶 옆에 두고 인식하고 바라보며 살았다. 가까운 사람들의 임종을 ‘집 안’에서 지켜보았고, 시신을 만지고, 주위의 장례에 참여하고, 뒷산에 묻었다. 어른들은 상여를 메고, 아이들은 그 뒤를 따랐다. 삶의 단계를 지나가는 통과의례가 죽음의 상징을 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죽음은 바쁜 일상의 영역에서 밀려났다. 종합병원 중환자실과 영안실로 한정되고 삶의 영역에서는 저만치 밀려난 것이다. 도시는 죽음이 없는 양 바쁘고 활기차게 돌아가고, 일상에서 노는 아이들은 죽음의 그림자를 볼 일이 없다.

하지만 삶은 죽음이 있어 삶이고, 또한 죽음으로의 과정이지 않은가.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편집부에 들어온 원고, 그 원고는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흔히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대학교수인 아들이 교수이자 목사였던 아버지가 암으로 죽어가는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와 성찰을 담담한 일기체로 펼쳐놓고 있었다. 우리는 원고를 읽으면서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두근대는 경험을 했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문제가 이렇게 명확하게 다가올 줄이야.

출판을 결정하고 두어 달에 걸친 산고 끝에 조심스레 책을 내놓았다. <빛, 색깔, 공기>라는 제목은 저자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터너의 그림을 좋아했던 고인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고인이 보기에 터너는 물감으로 빛을 그린 화가였다. 색깔과 빛과 공기! 죽음은 외진 영안실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세 단어 속에, 인간 삶의 일상 속에 들어 있었다.

일간지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와 지방지에 기사들이 실렸다. 발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라인 서점에서는 판매 순위에도 올랐다. 여러 댓글이 달렸다. 그 글 중에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도 있었다. 가까운 이가 죽은 뒤 죽음의 무게 때문에 삶을 가누지 못하던 사람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에서 삶의 큰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낸 이 책을 읽고서는 남아 있던 문제의 찌꺼기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었으며, 자신은 이제 세계관을 바꾸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편집자로서는 적잖은 보람이었다.

저자 김동건 교수(영남신학대)는 이 원고를 가지고 올 때 지인들과 약간의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들은 잘 알려진 대형 출판사를 원하였지만, 저자는 ‘대한기독교서회’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에게 원고를 가져왔다. 사실 우리는 한국의 현존 출판사 가운데 제일 오래된 곳이다. 올해로 생긴 지 115년이나 되었다.


 그러나 지인들은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를 원했다. 아마 그보다는 기독교라는 이름이 독자를 제한할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우리도 고민했다. 원고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주제가 종교적 벽을 넘어서리라고 생각했다. 죽음이란 어차피 철학의 옷을 입더라도 종교적 영역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편집실 내 서가에는 이 책이 꽂혀 있다. 그리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서슴없이 이 책을 들고 나간다. 권오인/ 대한기독교서회 출판국 편집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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