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4 16:19
수정 : 2005.08.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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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박노자 지음. 인물과사상사.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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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한 한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향한 애정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는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가 또 한 권의 책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를 펴냈다. 제목만 보고는 전쟁과 양민학살, 쿠데타와 정권의 폭력성 등에 대한 고발이라 짐작하기 십상이지만, 이 책에서 박 교수가 겨냥하는 것은 그런 식의 노골적인 폭력이 아니다. 그보다는 은근하고 간접적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폭력의 양상들이 소환되고 ‘단죄’된다.
박 교수가 보기에 우리 사회의 지난 세기는 ‘힘에 대한 숭배’라는 점에서 폭력의 세기라 할 만하다. 부국강병과 교육입국과 같은 넉자배기 구호들, 국가 스포츠와 각급 학교의 운동회, 강한 나라 고구려를 놓고 벌어지는 중국과 한국의 ‘소유권 분쟁’, 황우석과 한류 스타들에 대한 자긍심 같은 것이 두루 ‘힘에 대한 숭배’의 다양한 표출 양상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가령 민족 구성원 개개인이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한 도산 안창호나 그의 제자를 자임하고서 결국 일본 제국주의에 투항한 춘원 이광수는 사회진화론적 ‘힘 숭배’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박 교수는 본다. 박 교수는 지난 세기 우리 사회를 지배한 힘의 논리가 배태된 시기를 개화기로 보고, 그 시기의 종교와 교육, 군대, 학문, 스포츠 등을 비판적으로 파고든다. 그는 근대적 이성으로 포장된 힘의 논리가 지난 세기는 물론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고 보지만, 동시에 한가닥 희망의 근거를 놓치지 않는다. ‘현모양처’의 보수 논리에 급진적 페미니스트적 자유주의로 맞선 정월 나혜석의 시도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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