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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4 16:42 수정 : 2005.08.04 16:51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 스트라우스
박성래 지음. 김영사 펴냄. 1만5900원

레오 스트라우스를 모르고는 네오콘도, 한-미 관계의 진실도 알 수 없다 그는 ‘냉혹한 진리’는 소수의 엘리트만 알고 대중은 ‘고귀한 거짓말’로 이끌자고 주장한다 이라크 전쟁 · 북핵 문제는 이런 배후에서 만들어졌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미국 정치와 대외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조지 부시 정권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특히 2001년 9·11 동시테러 이후 그들은 세계 뉴스의 총아가 됐으며, ‘과거와는 달라진 미국’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기관지 <위클리 스탠더드>를 발행하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조직을 매개로 미국 정관계에 깊숙이 침투해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그들의 정체에 대해 이땅의 대중들이 남다른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이라크 침공’과 또다시 전쟁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던 ‘북핵문제’의 배후에 그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돌면서부터일 것이다. 그리고 불발로 끝난 ‘노통 탄핵’ 국면과 함께 한때 일부 매체들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이땅의 ‘뉴라이트’의 등장도 그들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우파·보수주의 앞에 ‘극좌나 진보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그 반대방향으로 전향했음’을 의미하는 ‘네오’니 ‘뉴’ 따위 수사를 덧붙인 그들간의 친연성은 말에만 그치지 않았다.

부시 1기 정권 때 전성기를 구가한 네오콘들의 기세는 2기 정권 들어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고는 하나 앞으로도 상당기간 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들은 지금 우리 정부에 “한미공조냐, 민족공조냐“며 택일을 요구하고, ‘레짐 체인지’니 ‘레짐 트랜스포메이션’을 들이대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삶의 근저를 뒤흔들어 놓을지도 모를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가?

현직기자가 이 의문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 스트라우스>는 네오콘에 관한 단순한 정보소개 차원을 넘어 취재와 공부를 거쳐 나름대로 숙성시킨 ‘명쾌한’ 네오콘 이념 독해법이다.   

 “스트라우스의 진면목은 허무주의적인 니체다. 신은 죽었고 정의의 기반도, 도덕의 기반도 사라졌다. ‘진리가 없다는 것’ 그것이 ‘냉혹한 진리’다. 그런데 이런 진리를 많은 대중들이 알게 되면 그들은 도덕을 헌신짝처럼 버릴 것이고 그러면 사회는 도덕적 무정부상태에 빠져서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다. 그래서 ‘진리’는 냉혹함을 견딜 수 있는 소수 엘리트만이 알아야 한다. 나머지 멍청한 대중들은 엘리트들이 지어낸 정의와 도덕, 신화를 믿으면서 경건하게 살아야 한다. 이것이 ‘고귀한 거짓말’이다. 플라톤 같은 고대의 현인들은 이를 잘 알고 진리를 숨겨놓았지만 경망스러운 근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자유주의의 확산과 함께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상대주의, 허무주의가 판을 치면서 도덕이 무너졌다. 사회도 함께 무너질 운명이다. 서구문명은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고전 정치철학으로의 복귀’다. 대중들에게 또다시 ‘고귀한 거짓말’을 해서 도덕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따라서 스트라우시언들이 진리, 정의, 도덕 운운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와 함께 정치공동체는 강력한 적의 존재에 의해 각성되고 유지된다. 적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역시 ‘고귀한 거짓말’이다.”

네오콘과 그 동조자들. 중앙 위쪽 큰사진이 레오 스트라우스, 아래는 레온 카스(왼쪽)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네오콘의 대부’ 어빙 크리스톨. 바깥쪽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루이스 리비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나탄 샤란스키 이스라엘 무임소장관, <역사의 종말>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로버트 케이건 전 국무부 부차관보,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 <미국정신의 종말> 저자 앨런 블룸 시카고대 교수,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회 의장, 조지프 크랍시 시카고대 교수, 게리 슈미트의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이사, 미국 서부 스트라우시언의 대표적 인물 해리 자파, 도널드 케이건 예일대 교수.
니체 허무주의에서 영향받다

저자가 그를 빼놓고는 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를 논할 수 없다고 한 캐나다의 네오콘 전문가 샤디아 드러리의 스트라우스 정치철학 요약문의 일절이다. 스트라우스 철학의 근간이요 이 책이 갖가지 자료들을 동원해 상술하며 입증하고자 하는 핵심요소다. 스트라우스는 이 책에 등장하는 네오콘 주요 군상들의 스승이며 사상적 원류다. 독일계 유대인 정치사상가로 1930년대 말에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대학 등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쳤다. 그와 그의 생각을 모르고는 네오콘도 미국 정치도, 나아가 한미관계의 진실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국의 패권적 지배가 ‘선’이다?

위 인용문에서 ‘진리와 정의가 없다’는 것은 ‘힘과 승리가 바로 진리요 정의’라고 바꿔 읽으면 되고, ‘‘소수 엘리트’는 ‘미국과 미국의 지배그룹’으로, ‘멍청한 대중들’은 ‘미국에 대적할 수 없는 대다수 나라들’로, 그리고 존폐의 위기에 처한 ‘서구문명’은 ‘미국적 질서 또는 미국의 패권’으로 바꿔 읽어도 된다. 복귀해야 할 ‘고전 정치철학’이란 귀족정치 내지 철인군주정치지만 역시 현대의 ‘패권정치’를 가리킨다. ‘강력한 적’은 ‘중국이나 이라크·북한·이란 등 악의 축, 테러리스트들’을 대입하고, ‘고귀한 거짓말’은 예컨대 완전 날조된 것으로 밝혀진 이라크 침공 명분, 즉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주장을 떠올리면 된다. 부시 정권은 이 날조를 위해 자국 국가기밀사항인 중앙정보국 비밀요원 신분정보까지 유출한 사실이 들통났으나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전쟁 명분도 중동의 민주화와 자유확장 쪽으로 슬쩍 바꿔치기해놓고는 이라크인들에게 좋은 일이니 전쟁은 옳았다고 강변한다. ‘좋은 일’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은 불가피하다. 네오콘 에이브럼 셜스키는 “정보작전의 목표는 진리가 아니라 승리”라고 설파했다. 북한 핵개발, 중국의 군사비 폭증 주장, 인권문제도 다르지 않을 게다. 자국은 실전대비 소형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다른 나라는 안된다고 해놓고는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친미정권 나라들은 또 괜찮다는 모순투성이 주장. 아예 내놓고 떠드는 ‘자비로운 패권국가’ ‘좋은 제국주의’와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미국이 의도하는 모든 일들은 선이며 이를 거부하는 자는 분쇄돼야 할 악이다, 자격없는 자들의 중구난방 중우정치보다는 책임있는 미국의 패권적 지배가 좋고 모두에게 득이 되며, 그것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주체도 오로지 미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내 미국이 기울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인지, 아니면 아직도 미국의 세기가 창창할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인지. 이 황당해 보이는 주장들이 어떻게 시작되고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저자는 그 근원을 밝히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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