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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4 17:31 수정 : 2005.08.04 17:33

지구로부터의 편지
마크 트웨인 지음. 윤영돈 옮김. 베가북스 펴냄. 7000원

잠깐독서

천상의 옥좌에 앉아 깊은 사색에 잠긴 하나님이 비로소 영광의 빛과 색으로 ‘자연의 법칙’이 작동하는 천지창조를 막 끝낸다. 지구가 빚어지고 온갖 동물과 인간이 생명을 얻었다. 하나님을 보좌하는 세 명의 대천사 가운데 사탄 대천사가 하나님의 위업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여기 무수히 많은 종류의 수많은 피조물들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서로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모두가 잔혹한 살육자가 되나이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가 결백하다 하시나이다. 그렇사옵니까?” 하나님의 대답은 단호하다. “그들은 모두 결백하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또 신의 법칙인 까닭이다. 자, 보라. 새로운 피조물. 나의 걸작, 인간이다.”

마크 트웨인(1835~1910)이 숨지기 한 해 전에 출간된 <지구로부터의 편지>(베가북스 펴냄)는 ‘입 방정’ 때문에 천상에서 쫓겨나 잠시 지구로 간 사탄이 고향에 있는 미카엘·가브리엘 대천사한테 보낸 개인편지 형식의 문명 비판 이야기다. “용기, 비겁, 잔혹, 온화, 공정, 정의, 교활, 배반, 아량, 무자비, 원한, 악의, 정욕, 용서, 동정, 청순, 이기, 친절, 영예, 사랑, 증오, 비천, 숭고, 성실, 허위, 진실, 거짓”을 저마다 골고루 나눠가진 인간들의 문명에 대한 해학과 풍자, 그리고 야유와 욕설이다.

11편의 편지는 질병에 대해 “이건 하나님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고안해낸 발명품“이라는 독설을 던지며, “인간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맨날 앉아서 도와주십사, 은혜를 배푸십사, 보호해 주십사, 기대와 확신을 갖고 기도를 합니다”라고 야유하고, 다른 신을 용납하지 않는 “질투하는 신” 하나님을 비꼰다.

투철한 신앙인인 아내 올리비에 랭던의 죽음(1904년) 이후에 쓴 이 작품은 만년에 무신론·반기독교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트웨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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