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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4 17:35 수정 : 2005.08.04 17:37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
레이 그릭·진 스윙글 그릭 지음. 김익현·안기홍 옮김. 다른세상 펴냄. 1만5000원

동물실험 거친 약이라도 결과 달라질 확률 50% 넘는다 윤리차원 넘어 과학적 근거로 신약개발에 대한 맹신에 일침

신약 개발과 동물실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흔히 연구자나 제약사들은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고 말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마우스, 래트, 개, 침팬지 등 실험용 동물들은 사람을 위한 생체실험에서 희생되면서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과정에 기여해왔다. 동물실험 연구자들은 희생된 실험동물의 넋을 달래려고 위령제를 지내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 생리·생물학 연구의 기초가 돼온 동물실험의 전통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이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나섰다. 미국인 의사 레이 그릭과 수의사 진 스윙글 그릭 부부가 함께 쓴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다른세상 펴냄)은 “동물모델은 부정확하고 불필요하며 인간에게 위험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라는 도발적 주장을 내세운다.

 “동물실험은 지속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동물실험은 제약회사에 법적인 성역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동물실험은 그 자체가 근본적인 의료사고이다. 동물실험을 거친 의약품이 인간에게 동일한 결과를 제공할 가능성은 언제나 50대 50보다 적다. 통상적으로 훨씬 더 적다. 동물실험은 과학이 아니다. 이것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위험천만한 도박인 것이다”(73쪽). 동물실험이 과학이 아니라니!

이들의 목소리는 ‘동물 복지’를 내건 동물보호주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통념을 뒤흔들 만한 이 책의 강렬함은 그런 주장이 도덕과 윤리의 차원이 아니라, 동물실험에 관한 여러 과학적 근거의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동물 연구에서 나온 지식을 인간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역사상 대형 약물사고의 사례들이 ‘잘못된 믿음’과 ‘신념 비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실험이 신약 개발과정에서 필수적 관례가 된 것은, 근래의 역사적 사건을 거치며 이뤄진 일이라고 지적한다. 1937년 사건은 그 계기가 됐다. 당시 사람들은 새로운 항생제 설파닐 아미디라는 특효약을 복용했는데, 이로 인해 107명이 숨졌다. 곧이어 과학자들은 이 약물을 동물에 시험했고 동물 역시 죽었다. “이 단 한번의 사례로 과학계는 이후 모든 약물검사에 동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더욱이 2차 세계대전으로 약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약사들은 실험동물이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거나 죽지 않으면, 사람의 임상실험을 통해 그 약물의 사용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1950년대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은 “모든 비극적인 부작용 사례 중 가장 유명한 것”이었다. 1956년 이후 이 약물 사용으로 기형아 출산이 속출하자 과학자들은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기형 발생을 재현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은 동물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약물 사용은 허용됐다. 정상 분량의 수십~수백 배를 토끼·침팬지 등에 투여하고서야 부작용을 뒤늦게 확신한 제약사는 1962년에야 이 약물을 리콜했다. 1만명 이상의 신생아들이 불구로 태어난 이후였다.

 국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실험동물의 복지’에 관한 논의가 과학계 안팎에서 일고 있으며, 불필요한 동물실험의 횟수를 줄이고, 동물실험은 되도록 다른 실험으로 대체하며, 실험방식을 세련화해 동물의 고통을 줄인다는 동물실험의 3원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그 도발적 주장에 다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을지라도 ‘실험실의 동물들’에 진지한 관심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될 만하다. 또 신약 개발과정에 대한 맹신의 허상을 깨고, ‘모든’ 동물실험이 ‘모두’ 불가피한 선택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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