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4 18:11
수정 : 2005.08.04 18:13
|
류경 첫 소설집 <내 이름은 월아>
|
2000년 <동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류경(39)씨가 첫 소설집 <내 이름은 월아>(열림원)를 펴냈다. 등단작이기도 한 표제작 중편과 일곱 단편이 묶였다.
표제작은 자신을 식민시기 기생과 동일시하는 해금 연주자를 주인공 삼았다. 1931년에 찍힌 기생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사진 속 인물이 바로 전생의 자신임을 확신하는 서른 살의 여자. 권번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몰랐던 그가 사진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나’에게 ‘월아’라는 이름을 붙임은 물론 월아의 기생으로서의 삶과 좌절된 사랑의 전모도 시시콜콜히 ‘기억’한다는 점에서 그는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더 나아가 문제의 기생 사진을 자신에게 준, 사진작가 ‘김중호’ 역시 기생 시절 월아의 연인이었던 화가 ‘장’의 후생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설은 ‘나’-김중호 커플의 현재의 이야기와 ‘월아’-‘장’ 커플의 전생의 이야기를 병치시키며 기억과 운명, 일상과 초월의 관계를 아련히 환기시킨다.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 우리 생에 그런 순간은 몇 번이나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어쩌면 월아로 인해, 그리고 해금으로 인해 내 인생에서 훌쩍 뛰어넘는 순간을 한 번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73쪽)
이 신예 작가의 소설집에는 표제작말고도 춤과 음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몇 더 있다. 날라리와 대금, 각적() 소리에서 위안을 받는 <검은 레이스 창>의 주인공, 향비파 소리를 찾아 서역으로 떠난 <그녀의 아침인사는 끝나지 않는다>의 주인공, 고구려 고분의 ‘무용도’를 복원하려는 <화생의 춤>의 주인공 등에게 음악과 춤은 구원에 이르는 궁극의 가치로 다가온다. 그들에게 있어 음악과 춤이 삶 그 자체와 맞먹는 것임을 해금 소리를 묘사한 표제작의 한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소리는 깽깽거리며 울기도 했고, 애교를 부리거나 앙탈하기도 했다. 섬세한 고음은 때로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소리를, 때로는 선득한 광기가 느껴지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거친 듯 여린 듯 쉰 듯, 그러면서도 애련하고 신명이 났다.”(42쪽)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