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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1 15:33 수정 : 2005.08.11 15:35

제국주의 일본의 패전이 정말 ‘해방’을 가져다 주었는지, 올해가 과연 ‘해방 60돌’일 수 있는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적어도 “1945년 8월15일 일제의 패망으로 책은 사슬에서 풀려났다”(이중연)는 건 일단 분명한 사실이다. 마침내 우리 말 우리 글을 되찾았던 것이다. “일제에 압수당했던 조선어학회의 한글사전 원고를 되찾은 것은 책의 해방을 상징했다. …못 낼, 또 못 읽을 책은 없었다.”

 그 뒤 ‘해방동이’가 환갑을 맞은 세월 동안 세상은 어떻게 흘러갔던가.

 ‘해방’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남북 양쪽에서 사상문제로 금서 조처가 취해지기 시작한 것은 정부들이 수립되기도 전인 1947년부터였다. 냉전의 서곡 ‘트루먼 독트린’이 그해에 발표됐다. 출판은 곧 들이닥친 한국전쟁 이후 오랫동안 맥을 추지 못하다가 1960년 4.19혁명 직전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던 4월 혁명의 약속은 이듬해 5월 군사 쿠데타로 (다시) 무너졌다.”(박천홍) 반짝했던 출판은 “민주주의라는 빛 좋은 개살구는 기아와 절망에 시달린 국민 대중에게는 너무나 무의미한 것”이라던 박정희 정권 아래서 신음했다. 그래도 60년대는 경제개발과 함께 그 주역이었던 자유로운 개인이 태동하기 시작했으며, 그 토대 위에 선 70년대는 그야말로 ‘전환시대’였다. 한글세대로의 세대교체와 함께 ‘피와 땀과 눈물 속에’ 시와 소설과 비평, 선언과 성명이 봇물을 이루며 새로운 시대로의 변혁을 꾀했다.

 “한권의 책 때문에 의식의 개종자들이 속출하는” 일이 벌어졌던 80년대는 “참으로 우리 지성사에 책의 힘을 그토록 인상깊게 보여준 적이 없었던” 시대였다.(이권우) 전체주의 억압의 강도와 정비례한 저항 속에 출판은 문화와 민중을 화두로 줄기차게 뿌리를 뻗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전되고 현실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거대담론이 퇴조하면서 출판은 다시 주춤거렸다. 돌파구는 개인의 욕망이었다. 이와 함께 90년대에 출판은 ‘운동’에서 ‘산업’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아이엠에프) 관리하에 이식당한 세계화의 무한경쟁에 내몰린 ‘절박한 개인’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21세기 들어 한층 더 처절해졌다. 이처럼 한국 출판은 ‘해방’뒤 약 10년 단위로 키워드를 달리했다. 한국전쟁, 4.19와 5.16, 유신체제 선포, 부마와 광주항쟁, 현실사회주의 몰락, 통화위기와 이 시기들을 상징하는 개념어들이 존재한다.(한기호)

8.15를 맞아 이번 호에서 자세하고 박진감 넘치는 책과 출판의 역사를 전문가들 안내로 연대별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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