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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1 15:46 수정 : 2005.08.11 16:37

해방기 ‘새 국사책’ 갈증 풀어준 필독서

<조선역사> (김성칠, 금융조합연합회, 1946)

해방 직후 일제강점기의 국사책 수요를 대체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 대중 역사서였다. 당시 일제강점기의 역사책이 다시 간행되어 인기를 끌었지만 새 국사책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저자는 많은 사료를 바탕으로 한 달 동안 밤낮으로 써서 저서를 완성했다. 민족주의의 관점과 도덕주의의 성향을 쉽고도 짙게 서술해 ‘조선역사’를 알고자 하는 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특히 당시 많이 쓰던 한문식 글쓰기를 벗어나 한글로 쉽고도 아름답게 서술해 당시로서는 ‘새로운 유형의 역사책’으로 호평을 받았다(고병익, ‘동양사 연구와 김성칠 선생’). 처음에 2만 부를 간행하려 했지만 50일 만에 ‘호화판 500 부, 보통판 5만 부’로 계획을 수정했고 1946년에만 6만 부가 판매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 정음사에서 재간됐다.

정치적 이유로 47년 이후 거의 금서 취급

<백범일지> (김구, 국사원, 1947)

 김구의 자전적 독립운동 기록인 <백범일지>는 1947년 국사원에서 초간되었다.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출판사였지만, 설립자 장도빈이 일제 말기에 비밀리에 국사 저술을 했던 사실로 보면, 이 책을 낼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 초판 5천 부가 순식간에 매진되어 1947년의 대표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백범이 저격당할 때까지 5판이 나왔다. 이후 정치적 이유 때문에 거의 금서 취급을 받다가 1968년에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가 간행하며 다시 널리 읽히기 시작했다. 이후 많은 출판사가 간행했고, 원본 영인본과 직해본도 나왔다. 국한문 원본을 읽기 쉽게 해 나온 국사원 초간본은, 이광수가 한글로 다듬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빼서 말썽이 되었다 한다. 원본·필사본과 여러 간행본을 검토한 바탕 위에 현대적 한글로 표현한 돌베개 출간서적(도진순 주해)이 현재 널리 알려져 있다.

말과 글의 광복 상징…원고 가까스로 찾아

<조선말 큰사전 (1)> (조선어학회, 을유문화사, 1947)

일제강점기에 조선어학회는 민족정신의 보존을 위해 한글사전을 간행하려 했다. 일제는 어학회 관계자를 투옥하고 사전 원고를 압수했다. 조선어학회의 피나는 노력의 결정인 ‘50여 책, 약 1만 5천 쪽’의 방대한 원고가 일제에 의해 자칫 사라질 뻔 했다가 서울역 창고에서 ‘기적적으로 찾아’ 다시 정리해 간행한 <큰사전>이다. 말과 글의 광복을 출판으로 뚜렷이 실현한 성과로 1947년에 1권이 나오고 ‘한글학회 지은 <큰사전>’의 이름으로 1957년에 6권으로 완간되었다. 모두 16만여 어휘를 수록하고 본문 3600여 쪽(B5 판)이었다. 그 머리말에 나오듯이 ‘큰사전’의 간행은 ‘조국 광복, 문화 부흥’의 밑바탕이 되는 기념비로서, 해방기 문화인들의 추천 도서 가운데 으뜸이었다. 이후 나온 거의 모든 한글사전이 <큰사전>을 바탕으로 했다.

미 · 소 대립속 ‘철의 장막’ 실상 체험기록

<소련기행> (이태준, 백양당, 1947)/ <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크라브첸코, 국제문화협회, 1948)

소련과 미국의 이념 겨룸이 진행되었던 해방기에 두 강대국의 실정을 알려는 독서인이 많았다. 소련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서 수요가 더 컸다. <소련기행>은 저자가 ‘소련방문 문화사절단’의 일원으로 68일 동안 소련을 방문하고 쓴 여행기록이다. 이기영 등 26명의 일행과 함께 소련 각지를 돌아본 저자는 일기체 형식의 소감 곳곳에서 소련의 실상과 체제를 선전했다. <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는 전 소련 외교관이었던 저자가 쓴 소련 비판서로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다. 두 책 모두 ‘철의 장막’의 안을 그린 ‘체험의 기록’이란 점에서 해방기 독서인이 많이 읽었다. 전자는 저자가 월북하고 분단이 고착되자 1948년 12월에 발매금지되었다. 1948년 7월에 나온 후자는 초판 3천 부가 1주일 만에 매진되고 1948년에만 3판을 찍을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춤바람 사회’ 묘사로 ‘신바람 나게’ 팔려

<자유부인> (정비석, 정음사, 1954)

물질만능주의가 확산되고 전통적 윤리의식이 붕괴하는 1950년대의 사회상황을 대학교수 아내의 탈선을 소재로 삼아 묘사한 소설이다. 화제를 모으며 신문에 연재된 것을 책으로 냈는데 간행 하루 만에 초판이 매진되었다. 짧은 기간에 7만~8만 부가 팔려 한국전쟁 뒤의 첫 대형 베스트셀러였다. ‘춤바람’ 등 당시 사회상을 소재로 삼아 흥미롭기도 했고 신문에 연재될 때 표현의 자유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법학자 황산덕 교수와 저자 사이의 논쟁으로도 독서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부 공무원·정치가·사업가의 비리를 성토하는 내용을 담아 저자가 치안당국에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다. 여담 하나 더. 영화로 만들어져 근 한 달 만에 13만명의 관객이 보았고 책이 팔리면 영화로 만들어지는 선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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