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1 18:26
수정 : 2005.08.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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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와 마사치 지음. 송태욱 옮김.
그린비 펴냄. 1만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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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라는 제목만 보고 말랑말랑한 책일 거라 짐작해서는 곤란하다. 교토대학 조교수인 사회학자 오사와 마사치의 이 책은 언어를 중심으로 인간의 소통 문제를 파고든 철학서적에 가깝다. 연애는 화폐, 연극, 종교, 미디어 등과 더불어 인간관계의 다양한 양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은이가 연애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타자성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 주목하고 그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연애라 할 수 있다. “낯선 준거점의 출현은 나의 단일성(고립성)을 부정하고 나를 타자와 대등하게 할 것”이라고 지은이는 표현한다. “사랑이란 나라는 동일성이 타자라는 차이성과 완전히 등치되는 관계”다. 이것을 확대 해석하자면, 모든 존재의 동일성이란 타자성을 통해 비로소 의미 있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로 격렬한 증오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일어난다.” 또, 고뇌가 수반되지 않는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 사랑의 역설이며, 자기부정이다. 그런 점에서 “연애는 스스로의 불가능성이라는 형태로밖에 존재할 수 없다.” 화폐 역시 ‘화폐를 필요로 하는 타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타자성과 사회성의 체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소통과 관계 맺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던 전자 미디어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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