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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1 18:52 수정 : 2005.08.11 18:54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기호 출판전망대

지난 7월6일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출판인회의 주최로 일본의 대표적 출판인 가운데 한 사람인 마쓰다 데쓰오의 ‘10년 후, 출판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마쓰다는 치쿠마쇼보라는 인문출판사에서 36년 동안 400여 권의 책을 직접 편집한 편집자이자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전자책회사인 퍼블리싱 링크의 대표이기도 한 아주 특수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전자출판이 지니는 매우 큰 의미는 미래의 출판 형태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디지털의 특성은, 경계가 없다는 뜻의 ‘보더리스(borderless)’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금 미디어 시장에서는 글로벌 지역에 따라 노동의 이동, 생산기지의 이동, 기술의 이동, 소비의 이동, 문화의 이동 등의 가능성과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매체 간의 ‘융합(컨버전스)’도 활발해지면서 그 경계가 해체되고 있다. 따라서 신문과 방송과 통신이 자웅동체가 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각 미디어가 자기 영역만을 고수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앞장서 주도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술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이다. 인터넷, 디엠비(DMB) 등 분야에서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마쓰다는 강연 직전에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책기업인 북토피아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한국의 전자책 기술이 일본보다 훨씬 앞섰음을 확인했다고 이날 강연에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강연이 끝난 다음의 뒤풀이 장소에서도 그는 이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기술은 분명 우리가 앞서는 게 맞다. 그러나 미디어는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미디어가 이익을 창출하는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콘텐츠가 풍부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그런 콘텐츠가 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전자책컨소시엄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전자책의 종수는 10만7천 종이다. 올해 말까지는 22만6천 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가파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종이책을 단지 디지털 공간으로 장소만 이동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 출판의 열악한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가령 <성경>에 버금갈 정도로 학문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는 플라톤의 저작을 한번 살펴보자.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플라톤의 저작은 약 40여 종이 검색된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국가론>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등 대표작에 집중해 중복 출판한 것이다. 이런 수준으로는 연구자가 플라톤의 사상을 온전하게 알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기무라 다카타로가 1903년에 시작한 플라톤 완역 사업이 1911년에 벌써 끝나 후잔보라는 출판사에서 전집을 펴냈다. 그보다 한 세기가 더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그런 사업을 시도할 의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이 어디 플라톤에만 한정된 일인가? 변변한 미술전집도 없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빛을 발하는 사전 출판에서도 우리는 정말로 ‘후진국’이다.

이러고도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본 바탕이 엉망인 상태에서 무엇이 제대로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우리가 펴내고 있는 책의 품질을 정말로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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