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11 19:48 수정 : 2005.08.11 19:50

<구운몽> 책 속으로

성진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여러 낭자의 뜻을 보니 아마 행인에게서 길값을 받으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빈승은 본래 돈이 없고 마침 여덟 개의 밝은 구슬이 있으니, 청컨대 여러 낭자에게 이를 바쳐 길 값을 사고자 합니다.”

말을 마치고 복숭화꽃 한 가지를 꺾어 선녀들 앞에 던지니, 네 쌍의 붉은 꽃봉우리가 즉시 밝은 구슬이 되어 상서로운 빛이 땅과 하늘을 가득 채우고 비추어 마치 조개의 태()에서 나온 진주 같았다. 팔선녀가 각각 한 개씩을 주워서 성진을 돌아보며 빙그레 웃고 몸을 솟구쳐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성진이 석교에 우두커니 서서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한참 있다가 구름은 흩어지고 향기로운 바람은 모두 사라져 마치 정신을 잃을 듯 멍하였다.(정규복·진경환 공역 <구운몽>, 한문본 제1장 발췌, 성진과 팔선녀가 돌다리에서 희롱하고 헤어지는 ‘육감적 환상’의 장면)

 “네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왔으니 내가 무슨 간여한 일이 있겠느냐? 또한 네가 ‘제자가 인간 세상의 윤회하는 일을 꿈으로 꾸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네가 꿈과 인간세상을 나누어서 둘로 보는 것이다. 너의 꿈은 오히려 아직 깨지 않았다. 장주(,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또 변하여 장주가 되었다고 하니,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하는 것은 끝내 구별할 수 없었다. 누가 어떤 일이 꿈이고 어떤 일이 진짜인 줄 알겠느냐. 지금 네가 성진을 네 몸으로 생각하고, 꿈을 네 몸이 꾼 꿈으로 생각하니 너도 또한 몸과 꿈을 하나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니냐?”(앞의 책 제16장 발췌, 성진이 꿈에서 깨어난 뒤 육관대사가 훈계하는 말, 꿈과 현실을 굳이 구분하려는 분별의식 자체를 비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