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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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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미술교사 부부 음란하다 성기 노출 젊은이 부도덕하다 사법부 언론 뭇매 때려대지만 “엑스파일 공개” 소리는 외면한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떠오른다 참으로 서늘하고 부끄러운 말이다
세설 아침 <한겨레>에서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경제제일, 가치전도, 우린 물구나무 서 있다’란 글을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계속, 지난 몇주 사이에 언론을 뜨겁게 달군 사건들을 생각했다. 누구는 벗어서 부도덕한이 되었고 다른 한쪽은 아직 벗지 않아서 내게 부도덕한들이 되는 사건들이다. 도 교수는 “‘좋은 사회’의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은 우리의 큰 문화적 실패다”라고 말했다. 좋은 사회라. 도 교수는 좋은 사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양질의 문화적 가치들(다수가 동의하고 공유할 근본적 가치)들로 생명, 자유, 평화, 안전, 인권, 창조성, 다양성, 공정정, 관용, 배려, 환경, 공존 등을 꼽았다. 나는 거기에 부끄러움이라는 소박한 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명백히 부끄러운 짓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충남의 미술교사 부부가 ‘상품화된 몸’에 대한 저항의식의 한 표현으로 자신들의 알몸사진을 세상에 내놓은 행위를 ‘음란’하다고, 그 사진은 저항의식을 담은 작가의 예술행위가 아니라, 그야말로 ‘부도덕한 음란물’이라고 가차없이 판결한 한국의 사법부.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에서 저게 뭐야, 하고 어리둥절할 사이, 자신들의 성기를 노출한 젊은이들에게 야유와 질타와 부도덕의 혐의를 가차없이 뒤집어 씌우고 있는 한국의 언론. 나는 요즘 한창 상영되고 있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를 흉내내어, 한국의 사법부와 언론에게 한번 까놓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나 잘 하세요. 그리고 또 한마디 보태고 싶다. 엑스파일이나 빨랑 공개하라고 하세요. 내가 좀 몸에 대해 둔감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솔직히 미술교사 부부의 알몸을 보고 하나도 음란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삶의 음영’이 드리워진 그 몸을 보고 나는 문득, 을컥하는 슬픔의 감정을 맛보았다. 또하나. 젊은 음악그릅 멤버들이 눈 깜짝할 새에 바지를 까내린 행위를 보고도 나는 그저 애들이 좀 장난이 심했구나, 했을 뿐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철없는 ‘아해’들의 일회성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것이 나라 안 언론들이 와와 소리지르고 호들갑을 떨어댈만한 사건은 되지 못하는 것이 명백한대도 나라안 언론들은 고기가 물 만난 듯, ‘성기노출 사건’으로 펄떡거렸다. 미술교사 부부가 음란하고, 성기 노출을 한 젊은이들이 부도덕하다고 한다면, 나는 음란과 부도덕을 입에 올리는 자들이야말로 음험하다고 해주고 싶다. 아니, 명명백백히 음험하다.나는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연루되어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사는 사람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미술교사 부부를 음란물 제조자로 모는 사람들이며, 성기노출사건이 명벽히 부도덕한 행위라고 악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그래야 자신들이 도덕군자가 될테니까. 음험한 자신들이. 외환은행에서 성별, 나이, 학력 무시하고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소위 말하는 명문대 졸업자가 아닌 사람, 주부, 40대 등등 하여간 다양한 사람들이 합격했다고 한다. 그런 구조는 절대로 음험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차등 두지 않고 기회를 주는 것.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음험을 넘어 폭력이다.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 기회박탈의 폭력이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고 있으니까. 그러고서 한쪽에서, 금력과 권력을 가진 이들끼리의 음험한 시소게임이 전개된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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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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