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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8 16:21 수정 : 2005.08.18 16:22

동아시아는 지금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패리드 자카리아가 15일 발행판에서 조지 부시 정권의 중국 다루기 수법이 한심하다고 힐난했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지만 재미있다.

두가지를 지적했는데, 하나는 중국 해양석유공사가 미국 2류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를 결국 포기하도록 만든 의회 등 미국쪽 반발과 압력이다. 이 일로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 강자가 되는 걸 막으려 안달하고 있는 본심이 온 세상에 폭로됐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 러시아에게 외국인의 에너지 시장 투자를 허용하라고 갖은 압박을 가해놓고는 정작 자국 시장 개방은 절대 안된다고 난리치는 위선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다른 나라들도 누가 시장개방하라면 앞으로 미국처럼 국가안보가 위태로와진다고 억지를 부리면 된다.

위선으로 치면 최근 3년간 미국-유럽 관계를 엉망으로 만든 도널드 럼스펠드의 주장도 빠질 수 없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에 가서 중국이 어마어마한 군사비를 쓴다며 중국위협론을 또 꺼냈다가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트 타임스>한테 한방 먹었다. “미국의 군사비는 연간 4000억달러가 넘고(이라크 아프간에서의 군사비지출을 합하면 5000억달러에 가깝다), 이는 세계 전체 군사비의 거의 절반에 상당한다. 중국 연간 군사비는 (많이 잡아야)500-900억달러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또 한가지는 오는 12월 콸라룸푸르에서 열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아시아·태평양 연안 주요국가들이 다 초청됐는데 미국만 왕따당했다는 것이고, 이런 일은 사상 처음이라는 자탄이다. 중국의 고차원 수완에 저차원의 미국이 당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원래 동아시아 정상회의라는 게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중·일 3국 정상들의 모임으로 구상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중국 말빨이 너무 세진다고 본 일본이 애초 역외국가들인 인도에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끌어들여 물타기를 시도했고 미국이 그런 일본을 사주 내지 지원했다는 게 정설이다.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때도 미국은 자국을 뺀 동아시아 역내의 아시아통화기금(AMF) 결성 움직임을 깨버린 적이 있다. 이제 조금 지나면 미국만 굳이 제외할 이유가 어디있느냐며 또 재뿌리고 다닐 가능성이 짙다.

자카리아는 스페인 출신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과거를 망각하는 자는 반드시 그 과거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경구를 살짝 바꿔 ‘과거만 기억하는 자는 반드시 미래를 잘못 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래 ‘과거의 영광’은 잊기 어려운 법이고 그 집착 때문에 망한다. 그게 흥망성쇠가 되풀이되는 세상사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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