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8 17:51
수정 : 2006.02.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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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사 ‘저랑 우주여행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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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책
이 책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저자의 재기발랄함과 유쾌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화창한 날 오후, 쿨~하게 출판사 문을 열고 들어선 30대의 열혈 청년(?)이 있었다. 과학 책을 참으로 좋아해서 직접 책을 써보고 싶었다는, 귓볼의 피어싱이 잘 어울리던 그가 내민 원고는 ‘환경생리학’이라는 낯선 분야의 책이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환경생리학을 공부하고(박사학위), 미국 연방 육군환경의학연구소에서 연구 생활을 하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국의 냄새가 아직도 물씬 풍기는 신참내기 저자였다.
그렇게 해서 환경생리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인간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1998)라는 책이 탄생하게 되었고, 내친 김에 내리 두 번째 권을 써서 이 책 <저랑 우주여행 하실래요?>가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첫 번째 책이 환경생리학 전반을 소개한 것이라면 두 번째 책은 그중에서도 우주에서의 인간 신체의 변화와 우주생활 전반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환경생리학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환경이 변할 때 인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연구해 환경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학문’으로서, 실용적 측면이 강하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나치의 생체실험이라든가 군사작전, 스포츠 전략, 우주생활 시뮬레이션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저랑 우주여행 하실래요?>는 독자들을 ‘초보 우주여행자’의 세계로 초대해 우주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의 이모저모를 묻고답하기(Q&A) 식으로 소개해준다. 예를 들어 “우주인 선발 기준은?” “우주에선 어떤 음식을 먹을까?” “우주에서도 멀미를 할까?” “화장실은 어떻게 갈까?” “샤워는 할 수 있을까?” “우주에서도 운동을 할 수 있을까?” “피가 나면 어떻게 될까?” “소리는 들릴까?” “물건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까?” “우주에서 내 몸은 어떻게 변해갈까?” 등이다. 독자는 우주인 선발과정부터 참여해 어질어질한 발사 순간을 겪고 우주선 속에서 모든 의식주 생활을 체험한 뒤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이렇듯 출발부터 귀환까지, 우주생활의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다 담겨 있다. ‘끼’가 많은 저자의 글답게 여기저기서 톡톡 튀는 기발한 상상과 유머가 풍부한 비유들이 책읽기의 재미를 북돋워준다. 신비하고 푸르스름한 우주의 꿈을 꾸고 있는, 미래 우주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그 어떤 우주 관련 책보다 더욱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책이 될 거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아쉽게도 언론으로부터 화려한 주목을 받거나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치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재기발랄한 문체와 유쾌한 상상력은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전염’시키는 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일본에 다치바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대택 박사가 있음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이 책이 마니아 독자층을 넘어 더 많은 청소년들과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 참, 우주여행을 떠나 지구의 가족들에게 엽서라도 한 장 띄우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반드시 볼펜이 아닌 연필을 지참하고 갈 것. 볼펜 한 자루에도 ‘중력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김선정/ 지성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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