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8 18:25
수정 : 2005.08.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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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중국인
보양 지음. 김영수 옮김. 창해 펴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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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1984년 8월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국제펜클럽대회에 참석한 대만 작가 보양이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추악한 중국인’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며 중국인을 더럽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족속들이라고 직설적으로 질타하는 한편 단결하지 못하고 둘만 모여도 내분을 일으키는 고질적 민족성까지 거론했다. “중국인은 진하고 독한 장독 속에 빠진 족속으로 경각심이 필요하다.” 일본 미국 등과 비교하며 ‘중국이 xx를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식으로 전개한 언설은 중국 동포들이 3분의 2를 차지한 그날 청중들의 자존심을 풍비박산내면서 경악케 했다. 그 소식은 현지와 대만에 즉각 전해졌고 이어 중국 대륙에까지 전파됐으며, 다음해 8월엔 대만에서 같은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베이징 당국은 87년에 이를 금서로 지목했다.
오래 고여서 썩은 중국 전통문화를 가리키는 ‘장독문화’에 대한 보양의 비판은 5·4운동 시절 중국인의 노예근성, 곧 ‘아Q 정신’을 질타했던 문호 루쉰의 ‘오염된 항아리문화’ 비판의 맥을 계승했다는 찬사속에 80년대의 중국인들 을 치떨게 만들며 의식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89년 ‘천안문 사태’와 오늘날 중국 제4세대 지도자들에게도 강한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강력한 민족주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서구 컴플렉스 낌새를 보이는 보양의 중국인 비판은 역설적으로 대륙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의 중흥, 거대 중국의 등장과 연결된 중국인들의 자신감 회복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년 허난성 카이펑 출신으로 국민당에 입당했다가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49년 대만에 건너간 보양은 국민당 정권을 비판하는 문필활동을 펼치다가 68년에 체포돼 9년여의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나중에 대만과 대륙 모두에서 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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