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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8 18:55 수정 : 2005.08.19 14:23

인간, 그 이후- 진화와 인간의 종말
마이클 볼터 지음. 김진수 옮김. 잉걸 펴냄. 1만2000원.

수억년 이어진 생물진화 곡선
현생인류 출현뒤 궤도서 이탈
사냥 · 화석연료등이 직접 원인
대량멸종 맞먹는 징후 드러나

나는 모든 생물과 동등한 관찰자다. 그렇다면, 이제 지구 생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숫자만의 그래프로 그려보자.

무엇으로 가로 엑스(X) 축과 세로 와이(Y) 축을 삼을까. 가로 축에 수억, 수천만 년 전의 과거와 현재·미래가 놓인 ‘시간’을 두고 세로 축엔 생물 계통분류 항인 ‘과’를 두고서, 수억 년에 걸친 화석의 기록들을 통해 생물 과가 얼마나 증감했는지 그래프로 그린다. 컴퓨터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계산해주리라. 그러면 거기엔 놀랍게도 일정한 곡선의 유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어떤 생물 과는 분화를 기하급수로 급증하는 곡선을 그리고, 어떤 생물 과는 범종 모양으로 급증했다가 정점을 지나 사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공룡의 멸종 곡선’처럼 생물 분화와 멸종의 시간과 속도가 드러난다.

지구 각지의 화석 기록들을 계산해 나온 그래프는 포유류, 그리고 인간이 지금 멸종 과정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고 고생물학자 마이클 볼터 교수(영국 이스트런던대학)는 경고한다. 우리는 지금 정점을 지나 하강 곡선을 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수억년 단위의 지질학적 시간 이후에 일어날 일이며, 혜성 충돌 같은 외계의 개입이 없을 때의 예측이다.

볼터 교수가 쓴 <인간, 그 이후- 진화와 인간의 종말>(잉걸 펴냄)은 그와 동료 연구팀이 10여 년 동안 화석기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를 통해 찾아낸 지구 생명 진화의 ‘운명적’ 모형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생물 진화에도 예측 모형이 존재한다는 그의 강력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여러 생물들의 진화 곡선들이 눈에 띈다. 방대한 자료를 복잡한 통계기법으로 분석한 이 실험적 작업에는 진화·계통생물학은 물론 물리학·수학·화학 등 과학지식들이 합세했다.

아주 간혹 난해한 수식과 수학이론, 그리고 종종 그래프들이 등장하는 다소 전문적인 책이지만, 지구의 자연환경에 수억년의 시간이 빚어낸 ‘생물 진화’의 모형을 좇는 일은, 마치 물리 법칙을 발견하는 일만큼이나 무척 흥미롭다. 볼터 교수와 동료 연구팀이 구축한 지구 화석기록의 데이터베이스인 ‘화석기록 2’는 현재 인터넷(biodiversity.org.uk)에 공개돼 있으며, 누구나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동·식물은 물론이고 버섯과 곤충류까지 현재 알려진 모든 생물 과의 기원 및 멸종, 전체 분화에 관한 그래프를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 모형은 인간의 출현 이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터 교수는 경고했다.

그의 가설과 주장을 따르면, 자연이 빚어내는 생명 진화의 곡선이 현생인류의 탄생 이후에 본래 예측 모형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은이는 지난 30만년 동안 포유류 과의 3분의 1이 멸종한 예를 들면서 “우리의 예측 곡선은 포유류의 멸종이 아직도 까마득히 먼, 앞으로 9억 년 후에나 일어날 일로 예측”했으나 그 멸종 규모나 속도는 정상 모형의 궤도를 벗어나 “대량멸종 사건과 맞먹는”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급속한 지구-생명계의 교란은 왜 생긴 것일까. 볼터 교수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인간 출현의 영향을 가능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은 수백만년 동안 부차적이었던 데 비해 인간의 영향에 관한 증거들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빙하기 끝 무렵에 시작된 현재의 대량멸종사건의 근본원인은 바로 현생인류가 가진 공격성이다.” 인간의 사냥과 화석연료는 그 직접 원인들이다.

인간의 멸종 이후, ‘인간 없는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곤충류와 조류들은 여전히 다양성이 고도화되는 초기 단계에 있다. 그 어느 쪽도 최고조에 달할 조짐이 없다. 이게 바로 대형 포유류가 사라지면 이 지구상에 새로운 생명체가 발달하리라는 신호다. 보다 작은 소형 동물들, 즉 설치류, 식충동물, 소형 육식동물, 그리고 박쥐가 기쁨을 누릴 것이다.” 지구 생명의 역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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