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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8 18:58 수정 : 2005.08.18 19:00

다섯 평의 기적
정남구 지음. 리더스북 펴냄. 1만2000원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전북 정읍시 고부면의 한 농촌마을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뒤에야 도회로 나온 ‘촌놈’이 서울 월급쟁이로 살다가 나이 30대 중반에 경기도 일산 신도시 근교 시골마을에서 땅 다섯 평을 분양받아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도시 농부’가 된 것이다. “애초 농약이나 비료를 치지 않고 푸성귀를 직접 길러 먹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대부분의 먹을거리를 생활협동조합에서 친환경농산물로 사먹지만, 그래도 직접 길러 먹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농작물이 싹트고 자라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습을, 지렁이·땅강아지·방아깨비가 어울려 사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또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정작 주말농장 가는 날을 가장 기다리는 이는 내 가슴속에 숨어 살고 있던 작은 소년이었음을 나는 이제 안다. 그렇게 나는 내 생애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추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땅 한 평은 사방 여섯 자, 3.3㎡다. 주말농장 다섯 평이면, 구획간 경계면 따위를 빼면 1.5m X 10m 정도의 이랑이 된다. “좁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 정도 넓이면 푸성귀 농사를 지어 서너 집이 나눠 먹어도 부족함이 없다. 그나마도 멋모르고 달려들었다가는 ‘풀’농사 짓기 십상이다.” 봄 가을에 모두 20여 가지 를 심어 사는 맛을 누렸다. 이렇게 해서 기자 정남구가 ‘웰빙족’이 되는 데 들어간 돈은 1 년 동안 땅값 7만5천원, 거기에 씨앗과 모종, 유기질 비료 한 포대 값 해서 모두 10만원이 채 안 됐다.

<다섯 평의 기적>은 바로 이곳을 중심으로 해서 펼쳐진다. 씨앗이 발아해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농작물과 화초, 나무들의 한해살이, 그것을 가꾸고 관찰하고 사색하는 사람들의 변화, 그 모든 것이 ‘기적’이다. 저자의 시선은 주말농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보릿고개’ ‘내 마음의 연을 날리다’ ‘빈센트 반 고흐와 해바라기’ ‘나팔꽃 덩굴의 진실’ ‘대통령 연봉이 876 가마’ 등 대상 무제한이다. 봄바람 불면 들녘에 넘실거리던 뚝새풀(독새풀) 씨앗을 바가지로 훑어 담아와 키로 까불어서 실한 것만 모은 뒤 볶아서 물과 함께 주린 배를 채웠단다. 보릿고개 때 얘기다. 고구마도 꽃이 핀단다. 정감어린 추억과 자연에 대한 소박하지만 진지한 관찰,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진한 애정이 짙게 담겨 있다. 2004년 3월부터 1년 간 <한겨레21>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고 20편을 더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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