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도에 따라 사태 수습은 달라졌을 것”

책 속으로

　“…클람이 신호를 보냈을 때, 내가　클람에게 달려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남편이 대체 어디 있겠어요.…”

　“…클람과의 관계가　없었더라면 아주머니는 과거사를 잊어버리려고 하지도,　그토록 무리하면서까지 억척스레 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장사를　그토록 번창시킬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자리에도 클람의 영향이 남아 있어요.　그것은　그렇다고 해도, 클람은 아주머니의 병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주머니의 심장은 불행한 사랑으로 인해 이미 결혼하기 이전에　침식당해 있었기 때문입니다.”(여관 안주인과 K의 대화. 욕망이　권력임을 보여주는 부분. 박환덕 옮김 <성>(범우사)에서)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의무를 수행한다고만 믿고 우리와 절교한 것이었어요. 우리도　그들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역시 똑같은 짓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해 정확히 몰랐습니다.…사실 불안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사건이　귀찮았기 때문에　모두가　우리들과의 관계를 끊은 것이에요. 우리와의 관계를 끊고 무조건　그 사건에　대해서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도　그것으로 간섭받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프리다가　이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것은 사건을 즐기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이 사건에서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모두가　극도로 조심스럽게 떨어져 있지 않으면 안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마을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한 일이었습니다.…우리들의 태도에　의해서,　그 방법이 어찌되었건 우리가　이 사건을　극복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더라면,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이 어떤 성질의 것이었든　그 사건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화제를 삼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얻었더라면　그것으로도 만사는 잘 수습되었을 것입니다.…그런데 이런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우리는 집안에서　그저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아말리아의 가족들이　‘형벌’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한 올가의 설명. 박환덕 옮김 <성>(범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