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5 15:13
수정 : 2005.08.25 15:13
동아시아는 지금
“냉전체제를 벗어나려는 남한의 시도는 상대적으로 전체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정치변동을 가져오기도 했다. 첫번째는 과거 일본이 동북아시아의 ‘제2전선’, 한국이 ‘제1전선’으로 한반도의 긴장과 충돌은 한반도의 재난이었을 뿐 일본에는 언제나 안전을 보장해주는 체제였던 데 비해, 남한의 냉전체제 이탈과 더는 미국과 일본의 허수아비로 남지 않겠다는 자주노선은 일본으로 하여금 동북아의 첫번째 교두보가 되어야 함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사태의 추이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남한을 대신할 새로운 ‘제1전선’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는데 일본의 극우 매파세력이 점점 노골적으로 타이완(대만) 독립을 지지하게 된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한국내에는 일본 우파들의 미-일 동맹 강화 노선을 부러워하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그런 시선의 소유자들은 일본의 유사법제 정비, 워싱턴주 미 제1군단 사령부의 일본 자마기지 이전, 요코다 기지 통합운용 방침 등 최근 움직임을 한국정부의 무능과 전략적 방향감각 상실을 반증하는 지표인양 제시하며 비판재료로 삼고 있다. 왜 더 적극적으로 미군을 끌어들여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종속적 지위가 아니라 대등하거나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느냐고 닥달한다. 미국과의 거리두기는 곧 망국이나 매국이라는 언설도 공공연하다.
위의 인용글을 쓴 사람은 한국내의 그런 일부시각이 바로 지난 1세기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불행과 비극을 낳은 제국주의 식민경영 구조에 대한 무지와 맹종이며, 최근 한국의 탈냉전=탈미국 자주화야말로 동아시아 전체를 과거의 질곡에서 건져내 새로운 ‘아시아의 시대’로 이끌어가는, “너무나 중대한” 의미를 지닌 선구적 사건이라고 일깨운다. 전후 일본의 번영과 민주주의가 실은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 동아시아의 대립·분열과 빈곤과 압제를 온존시키는 구조 위에서 가능했던 미-일 동맹의 제국주의 유제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으며, 이제 한반도가 그런 구조를 거부하기 시작함으로써 저들의 번영과 안락은 흔들리고 일본 우익의 준동은 그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이 글(<창작과 비평> 2005년 가을호 ‘중국-타이완과 한국, 평화의 연동구조’)을 쓴 사람은 대만 <신신문> 주필 난팡숴(남방삭)다.
역설적이게도 기존 구조에 기대 번성했던 한국내 우파들은 일본 우익에 동조하면서 탈냉전=탈미국을 안보불안과 경제불행의 원천인양 왜곡선전하면서 과거로의 복귀를 부르짖고 있다. 자신이 놓인 처지에 따라 세상은 판이하게 달라 보이며, 보편타당을 앞세운 그럴듯한 주장과 논리 뒤에는 계급적 이해가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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