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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5 15:44 수정 : 2006.02.22 19:48

창해출판사 ‘대중의 미망과 광기’

아깝다 이책

학창시절 행운의 편지 한 통 안 받아본 사람이 있을까?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숫자의 사람들에게 그와 동일한 편지를 보내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애써 무시하면서도 한동안 가슴 졸였던 기억이 난다. 편지 속에 등장하는 협박의 대상이 나라면 좀 대범하게 넘길 수도 있었을 터인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일 경우에는 고민이 더 커지곤 했다.

 그런데 이 책 <대중의 미망과 광기>를 진행하면서 행운의 편지가 비단 나에게만 고민을 안겨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0세기 초반 서양에서도 주기적으로 등장했다고 하니, 유서가 꽤 깊은 인류의 문화유산인 듯하다.

평소에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개인이 집단행동에 가담하면서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다. 한 나라의 국민 대부분이, 심지어 한 대륙 전체가 광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인 행동을 했던 일도 적지 않다. 1841년 초판이 발간된 찰스 맥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는 이런 군중의 광기에 관한 책 가운데 대표적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언론인으로서 계몽주의자이며 이성의 신봉자였던 저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집단 광기’ 현상을 다루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많은 지식인을 망친 연금술, 거품회사에 대한 영국인들의 미친 듯한 투기,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찮은 일을 명예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살인을 합법화하던 결투 관습,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 유령의 집에 이르기까지 그 폭과 범위가 매우 넓다.

흔히 고전은 ‘인구에 회자되지만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는 책’이라고 한다. 금융 투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나 영국의 남해 버블 회사,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에 대해 언급하곤 한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출간된 시점이 19세기 중반이다 보니 대중이 미망에 사로잡히고 광기에 빠진 근현대 사례와 분석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나는 앞으로 이러한 약점을 보충해 좋은 짝을 이룰 수 있는 또 한 권의 책을 출간하겠다는 출판쟁이로서의 욕심을 갖고 있다.

인터넷매체가 눈부시게 발달한 요즘도 심심찮게 대중의 파워를 목도하곤 한다. 수천 마리의 모기떼가 갑자기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느리지만 엄청난 결과를 낳는 거대한 대중의 움직임. 사람은 혼자 있을 때는 분별력 있고 이성적이지만, 군중 속에 있으면 멍청이가 된다는 실러의 말이 자주 떠오르는 요즘이다.


에피소드 하나. 나는 작년 가을께부터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 사무실에서는 물론이고, 집에서 받아보던 신문마저 구독을 중단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는 것에 환호하고 대통령 탄핵에 눈물 흘린 적도 있지만, 어느 순간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세상 일에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 막고 귀 막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 하지만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발 물러나고 싶었다. 어쩌면 집단의 광기에서 벗어나려 또 다른 미망에 사로잡힌 것인지도 모른다. 이옥선/ 창해출판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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